“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대피했어요”…투숙객 손엔 아직도 까만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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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18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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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9시께 불이 난 인천 남동구 한 호텔 투숙객이 짐을 챙겨 나오고 있다. 이 호텔에서 전날 오후 9시1분께 불이 나 1시간30분 만인 9시31분께 꺼졌다.2023.12.18 ⓒ News1
18일 오전 9시께 불이 난 인천 남동구 한 호텔 투숙객이 짐을 챙겨 나오고 있다. 이 호텔에서 전날 오후 9시1분께 불이 나 1시간30분 만인 9시31분께 꺼졌다.2023.12.18 ⓒ News1
“손·발 부들부들 떨면서 비상계단으로 간신히 대피했어요.”

18일 오전 9시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호텔 앞에서 만난 투숙객 A씨(50대·여)는 화재 당시를 회상하듯 불안해했다. 그의 손에는 아직 털지 못한 까만 재가 묻어 있었다.

이 호텔은 전날 오후 9시1분께 큰불이 나 1시간30분만인 오후 10시31분께 꺼졌다.

그는 남동구에 개인적인 일이 있어 지인과 함께 호텔에 묵었다가 갑자기 울린 화재 안내방송 소리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평소에 실수로 울리던 비상벨 소리가 아닌 안내 방송이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A씨는 “안내방송만으론 불이 어디서 났는지, 어떻게 대피할지 알 수 없었다”며 “당황했지만 지인의 손을 붙들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호텔 15층에 묵었던 그는 비상계단을 통해서 지인과 간신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짐은 호텔 객실에 그대로 놔둔 채였다.

그는 “전날 미처 챙기지 못한 짐을 챙기러 왔다”며 “(호텔) 안을 보니까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했다.

17일 오후 9시1분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호텔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로 접수돼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2023.12.17/뉴스1
17일 오후 9시1분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호텔 주차장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로 접수돼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소방본부 제공) 2023.12.17/뉴스1
이날 오전 호텔에는 A씨처럼 전날 밤 대피했다가 짐을 챙기러 온 투숙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한 무리의 외국인들은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고 한 외국인은 경찰관과 소통이 되지 않아 “마이 러기지”(My Luggage, 나의 짐)를 거듭 외치기도 했다.

18층짜리 이 호텔에서 전날 발생한 화재로 54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중 2명은 중상을, 13명은 경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39명(단순 연기흡입)은 치료를 받은 후 귀가했다.

중상자 중 중국국적의 A씨(37·여)는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중상자 B씨(26·남)는 대피 도중 추락해 발목 골절상을 당했다.

병원에 이송됐던 54명 중 8명은 외국인으로 중국·러시아·태국·미얀마·미국·베트남 국적이 각 1명, 필리핀 국적은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불은 이 호텔 외부 1층 기계식주차장 천장부근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호텔은 지하 1층~3층은 기계식 주차장이며, 주차타워 높이는 48m, 최대 주차대수는 76대다. 1층은 로비이고, 2층부터 17층은 객실, 18층은 옥상정원이다.

소방과 경찰은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인천=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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