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교를 당했다는 이유로 말다툼 끝에 동급생 친구를 목 졸라 살해한 여고생이 범행 후 112에 전화해 “자수하면 감형이 되느냐”며 형량을 문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검은 6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 심리로 열린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양(18)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서 “범행 뒤 휴대전화를 초기화해 디지털 포렌식을 하지 못한 사실이 있다”며 이와 함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챙겨 나와 도로변에 던진 경위를 A 양에게 물었다.
검찰은 또 “범행 전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살인자가 돼도 친구를 해 줄 수 있냐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며 경찰에 자백 취지로 전화하기 전 살인 형량 등을 검색한 사실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A 양은 “경찰에 자수하고 나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휴대전화를 초기화했고 살인 형량 등을 검색해봤는데 정확하지 않아 경찰에 물어봤다”며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뒤에도 계속 사용했던 점에 대해서는 “오류가 생겨서 곧바로 초기화가 되지 않았다.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특히 A 양은 범행 뒤 112에 전화해 “만 17세이고 고등학교 3학년인데 살인하면 5년 받느냐. 사람 죽이면 아르바이트도 잘 못하고 사느냐. 자백하면 감형되느냐”라고 말한 사실에 대해 “범행이 알려질까 봐 일부러 태연한 척 했다. 형량 등을 검색해봤는데 정확하지가 않아서 경찰에 물어보자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 양이 범행을 암시했던 대화 녹취록을 추가 증거로 제출했으나 피고 측이 동의하지 않는 등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신문을 마친 A 양은 “얼마나 무서운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으며 갇혀 있다. 유족 얼굴을 못 볼 정도로 정말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다만 피해자에게 폭언과 거친 말을 했던 것은 피해자가 본인의 잘못이니 괜찮다고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부친은 법정에서 “살아있는 자체가 고통스러우나 살인자가 철저하게 죗값을 치르는 것을 봐야겠다”며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딸을 지키지 못했다. 집은 사건 현장이 됐고 삶은 망가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피고인은 딸과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자신의 인생이 망가질 뻔했다며 딸에게 부모의 사과를 받아내라고 강요하기도 했다”며 “친구였다고 주장했지만 하수인처럼 부렸다. 그때 일을 감안하면 감정을 갖고 있고 출소하면 어떻게든 접촉해 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엄벌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보호관찰 추가 청구 등에 따라 내년 1월 11일 재판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검찰은 A 양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도 한 상태다.
앞서 A 양은 지난 7월 12일 낮 12시경 대전 서구에 있는 친구 B 양의 집에서 B 양을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A 양은 B 양이 숨지자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하다 실패하자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A 양은 B 양과 평소 친분이 있었던 사이로, 범행 당일에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B 양의 집을 방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 양의 진술과는 다르게 A 양이 과거 B 양을 상대로 학폭을 저지른 정황이 발견됐다.
검찰 수사 결과 A 양은 2년 전부터 B 양과 친하게 지내 왔으나 그 과정에서 폭언과 폭력을 일삼아 고2 때인 지난해 8월 학교폭력위원회 처분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학폭위에서 A 양이 학폭 가해자로 판단됐지만, 처분은 학급 분리 조치에 그쳤다.
지난 3월부터 A 양이 연락해 다시 만나게 됐으나 연락이 늦거나 대답하지 않으면 메시지를 보내는 등 지속적인 괴롭힘에 B 양이 절교를 선언했고, 이에 ‘죽일 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협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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