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삽관 후 경과 관찰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로 환자의 뇌손상을 일으킨 대학병원 측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김지후)는 A(43)씨가 인천의 한 대학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4월28일 오전 10시58분 설사 및 호흡곤란 증상으로 인천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병원 의료진에게 2013년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신장 문제로 조만간 혈액투석을 시작한다고 알렸다.
의료진은 임상관찰 결과 A씨의 빈호흡이 심해지고 의식이 점차 처지는 양상을 보이자 같은날 오전 11시31분 기관 삽관을 시행했다.
이어 4분 만인 오전 11시35분 의료진은 A씨가 심정지 상태인 것을 발견했고, 병원 응급구조사가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
다행히 오전 11시41분 A씨의 심장 박동이 돌아왔다. 하지만 A씨는 심정지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반혼수 상태가 됐다. 현재 그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자각적 증상을 표현할 수 없는 식물인간 상태다.
A씨 측은 “병원 의료진의 과실 또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원고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며 13억4892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학교법인의 손해배상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하고, A씨에게 위자료 7000만원을 포함한 5억7351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에게 기관 삽관 시술 과정에서 요구되는 경과 관찰 의무를 게을리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면서 “이 과실과 A씨의 저산소성 뇌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의료진은 기관 삽관을 결정한 오전 11시20분부터 A씨의 심정지를 발견한 오전 11시35분까지 A씨의 상태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기록하지 않았다”며 “A씨의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인 점을 고려해 일반적인 환자보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면밀히 살폈어야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2019년 4월28일 이전에 A씨에게 뇌손상 등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나 심정지 발생 사례가 없는 점 등에 비춰 의료상 과실과 A씨의 저산소성 뇌손상 사이에 다른 원인이 게재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의료진이 A씨의 상태 변화를 면밀히 관찰했다면 더 빨리 적절한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 측의 ▲불필요한 기관 삽관 시행 ▲약물 과다 투여 ▲심정지 발생 후 응급조치 과정에서의 잘못 ▲뒤늦은 대사성 산증 치료제 투여 ▲고칼륨 혈증 치료 불이행 주장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