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로 훼손된 경복궁 영추문의 복원 현장에 낙서를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저는 예술을 한 것 뿐”이라는 글을 20일 블로그에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 남성은 한 아티스트 그룹의 전시 작품을 훔쳐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체포된 최초 ‘경복궁 낙서범’들의 모방범으로 간주되며 조사를 받고 있는 A 씨는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다들 너무 심각하게 상황을 보시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경복궁 복원 현장에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명을 적어 문화재를 훼손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를 받는다. 그는 지난 18일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관심을 받고 싶어 낙서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20일 블로그에 “미스치프가 말하는 짓궂은 장난을 좀 치고 싶었다”며 “그저 낙서일 뿐”이라고 글을 올렸다. 이어 그룹 미스치프의 슬로건 ‘성역은 없다’를 언급하며 “저는 미스치프의 어린 양”이라고 했다. A 씨는 “죄송하다. 아니 안 죄송하다”며 “저는 예술을 한 것 뿐”이라고 했다. A 씨는 지난 17일 범행 직후 자신의 블로그에 “제 전시회에 와라”며 “곧 천막이 쳐지고 마감될 것. 입장료는 공짜. 눈으로만 보라”고 올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30여 명의 예술가가 모인 미국의 아티스트 그룹 미스치프(MSCHF)는 ‘미술계 악동’으로 불린다. 예술, 종교, 유명 브랜드나 각종 사회현상까지 성역을 두지 않는 풍자적인 작품으로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은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소금 알갱이 크기의 루이비통 가방, 거대한 ‘아톰 부츠’나 ‘예수 나이키 신발’ 등으로 도발적이고 재치있는 작품을 제작한다. 실제 영어 단어 ‘Mischief’는 ‘아이들이 하는 크게 심각하지 않은 나쁜 짓, 장난’을 의미한다.
A 씨는 지난달 19일 미스치프의 전시회 작품을 훔쳐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전시된 모자 형태의 작품을 훔쳐 전시회 측에 신고를 당했다. 지난달 말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그는 모자를 경찰에 돌려줬다. 그는 지난 30일달 블로그에 조사 후기를 남겨 “제 행동으로 미술관이나 사회에 약간이나마 파급이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글을 남겼다. 조사를 받기 직전 경찰서 앞에서 훔친 모자를 착용한 인증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자택에서 경복궁 담벼락에 최초로 스프레이 낙서를 한 임모 군(17)과 김모 양(16)을 체포했다. 이들은 16일 오전 1시 42분경부터 약 1시간에 걸쳐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서울경찰청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주소 등의 낙서를 남기고 도주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이들은 19일 경찰 조사에서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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