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앞둔 ‘서울의봄’…‘단체관람’ 학교장 고발당한 이유는?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12월 21일 0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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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한 학교의 교장을 보수단체가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 교원 단체들은 “역사적 사실을 정쟁으로 비화했다”며 비판했다.

2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따르면 자유대한호국단이라는 보수단체가 ‘서울의 봄’을 단체 관람한 용산구 소재 학교 교장을 ‘직권남용죄’로, 관련 성명을 발표한 실천교육교사모임 간부를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정쟁으로 비화하려는 의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며 “그런 행위에 대해 언급하고 논리로 반박하는 것조차 시간 낭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12·12는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실제 삶과 연결해 학생들이 자기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학교의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그런 맥락에서 일부 학교는 교육활동의 하나로 학생들의 단체 관람을 계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발을 남발하는 행위야말로 명예훼손이며 사회적 소음”이라며 “그들은 특정 학교 앞에서 단체 관람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하고, 단체 관람 학교 실명 공개를 통해 항의 전화를 유도하고, 더러운 ‘좌빨’ 교육을 언급하는 등의 도를 넘는 행위를 저질렀다. 쓸데없는 고발로 국가 행정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수용하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단순 정보나 자료 제공을 정치적 주입으로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와 교육 당국은 말로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칠 것이 아니라, 독일의 정치교육처럼 학생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쟁 사안을 학교가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환경조성과 교육활동 보호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왼쪽 세 번째)이 17일 대검 간부들과 함께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대검찰청 제공
이원석 검찰총장(왼쪽 세 번째)이 17일 대검 간부들과 함께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하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대검찰청 제공


앞서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서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을 했는데, 이에 반발한 보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회원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학교로 찾아와 시위를 벌이는 일도 있었다. 해당 중학교는 학생들이 ‘서울의 봄’과 다른 영화 중 하나를 골라서 볼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보수단체들은 이 영화가 “학생을 선동해 왜곡된 역사의식을 심어준다”며 단체 관람을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학교 이외에도 영화를 보는 다른 학교에도 민원을 넣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지난 16일 실천교육교사모임도 성명을 통해 보수단체들의 시위를 비난하며 “극우적 역사 인식을 관철하기 위한 방식으로, 교사의 교육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현 사태에 대하여 매우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발생한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첫 영화다. 정권을 탈취하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분)과 그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분)의 긴박한 9시간을 그렸다. 개봉 직후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호평이 잇따랐고, 개봉 27일째인 지난 18일 총 관객 수 9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 17일 대검찰청 간부들과 함께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한 후 “‘하늘의 그물은 크고도 넓어서 성긴 듯 하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며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의 희생과 노력으로 어렵게 이룩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며, 법치주의를 지키는 검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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