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40도 ‘뚝’… 이상 고온-북극 한파 넘나드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1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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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와 전남에 많은 눈이 예보된 20일 광주 서구 상무지구에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걸어가고 있다.2023.12.20/뉴스1

21일에 이어 22일(금)도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며 올겨울 가장 큰 추위가 예상된다. 북극 베링해 인근의 한기(寒氣)가 장애물 없이 한반도로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초 영상 20도에 이르는 ‘이상 고온’에서 2주 만에 40도 가까이 떨어져 영하 20도 ‘북극 한파’가 온 것이다.

● 22일도 영하 20도… 대설 경보까지

자료: 기상청

기상청은 22일 아침 최저기온이 전국 영하 20도~영하5도 사이로 전날(21일)과 비슷한 강도의 혹독한 추위를 전망했다. 서울 영하 15도, 춘천 영하 18도, 대전 영하 14도, 광주 영하 8도, 대구 영하 10도, 부산 영하 7도 등으로 수도권 중부내륙은 영하 15도 이하, 남부도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다. 아침 기온뿐 아니라 낮 기온도 영하 10도~영하5도 사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실제 기온보다도 5도 이상 낮을 수 있다. 서울의 경우 22일 아침 체감기온이 영하 21도, 낮 체감기온은 영하 11도”라고 예보됐다.
혹한은 23일 아침(영하 18도~영하4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후 낮부터는 영하 3도~영상 5도로 기온이 다소 오르겠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약 5~9도 낮은 수준이다.

한파와 함께 충남 서해안과 전남 서쪽에는 대설 경보도 내렸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서해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가 만나며 눈구름이 만들어지면서다. 기상청은 21, 22일까지 이틀간 전북서부 5~30cm(많은 곳 40cm 이상), 광주 5~15cm(많은 곳 20cm 이상), 충남 서해안 5~15cm(최대 20cm) 이상, 제주 산지 20~40cm(최대 60cm) 수준의 눈이 오겠다고 예보했다.

● 지난주 반팔, 이번주는 북극… 지구 기온 오른 탓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절기상 대설인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를 찾은 학생들. 한 명은 반팔을, 한 명은 패딩을 입고 있다. 2023.12.7/뉴스1
추위를 보다 극심하게 느끼는 것은 지난 주까지만 해도 12월에 반팔을 입거나 장맛비 수준의 겨울비가 내릴 만큼 ‘이상고온’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더위가 심해진 만큼 추위도 심해지며 고온과 한파가 ‘널뛰기’를 하는 한편, 우리 몸도 더욱 이를 견디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같은 널뛰기는 전반적으로 지구 전반의 온도가 상승하면서다. 12월 초 이상고온은 지구의 해수면 온도가 달아오른 가운데 한반도 남서쪽 저기압에서 따뜻한 바닷바람이 불어온 탓이다.

한파 역시 역설적이게도 마찬가지 이유다.

온난화로 인해 북극 인근 고위도에 부는 ‘제트 기류’의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고위도와 중위도의 기온 차가 줄었고, 북극 근처 찬 공기를 단단히 묶어주던 제트 기류가 약해졌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상공이 따뜻한 상황에서 순식간에 북극의 찬 공기가 한반도가 있는 중위도까지 침투하게 됐다. 온탕과 냉탕은 오간 셈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2000년 이후 겨울 기온 변동 폭이 과거보다 커지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맹렬한 한파가 이틀 넘게 이어지는 것은 최근 우랄산맥 인근에 기압능이 형성되면서기도 하다. 거대한 공기 덩어리로 인한 ‘블로킹(기압 정체)’이 생겨 공기 흐름이 동서가 아닌 남북 방향으로 흐르게 된 것이다. 원래 북극 고위도의 찬 공기가 한반도가 있는 중위도로 내려오기까지 거쳐야 할 길이 많고 그 과정에서 다소 약화되기도 하는데, 장애물 없이 남북방향 고속도로를 타고 한반도로 직진해 내려오는 셈이다. 여기에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북극 한기가 계속 내려오고, 한반도에 내려온 찬 공기도 계속 쌓이게 된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는 23일 낮부터 점차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부터 연말까지는 평년 수준의 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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