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17세男, “세종대왕상에도 낙서” 지시 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1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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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긴 혐의로 사흘 만에 체포된 임모 군(왼쪽 사진)과 김모 양이 19일 오후 9시 37분경 검은색
 패딩으로 머리와 얼굴을 가린 채 종로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뉴시스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긴 혐의로 사흘 만에 체포된 임모 군(왼쪽 사진)과 김모 양이 19일 오후 9시 37분경 검은색 패딩으로 머리와 얼굴을 가린 채 종로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뉴시스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긴 임모 군(17)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임 군이 현장 인근에 배치된 경찰을 보고 “무섭다”며 거절해 실제로 낙서가 이뤄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동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임 군은 텔레그램에서 ‘일하실 분, 300만 원 드린다’는 글을 보고 먼저 연락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인물을 알게 됐다고 한다. 자신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라고 소개한 이 팀장이 “경복궁 등에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면서 ‘영화 공짜’ 등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를 알려줬다는 것이다. 또 범행에 앞서 10만 원을 송금하면서 “새벽 시간 있을 곳이 마땅치 않을테니 식당이라도 가라”고도 했다고 한다.

임 군은 여자친구인 김모 양(16)과 함께 자택이 있는 경기 수원시에서 서울 종로구 경복궁으로 이동해 16일 오전 1시 42분경부터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에 지시받은 대로 낙서를 하고 텔레그램으로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팀장은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하라”고 했고 임 군은 실제 세종대왕상 인근까지 이동했지만 “경찰이 있어 무섭다”며 낙서를 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서울경찰청 담벼락을 다음 목표로 지목했고 임 군은 마지막으로 해당 장소에서 범행을 했다.

이 팀장은 범행 후 “수원 모처에 550만 원을 숨겨놓겠다”고도 했지만 실제로 돈을 주진 않았다. 또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두 사람은 망한거 같다. 도망 다녀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보냈다고 한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임 군에 대해 전날(20일)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모방범행을 감행한 20대 남성 설모 씨에 대해서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 기록을 토대로 배후자를 추적하고 있고, 임 군에게 10만 원을 건넨 계좌도 추적 중이다. 다만 임 군과 동행했던 김모 양(16)은 망만 봐 주며 직접 낙서에 가담하지 않은 것을 고려해 21일 0시경 석방했다. 임 군과 설 씨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문화재청은 임 군과 김 양의 경우 미성년자인 만큼 부모에게 거액의 복구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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