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도 상위 5.3%, 600명 대상
2027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방침
복지부 “건보 적용여부 추후 검토”
통합병동 중증환자 전담병실 도입
요양병원 입원 환자에게 들어가는 간병비 일부를 내년 7월부터 정부가 선별적으로 지원한다. 정부 차원에서 요양병원 환자의 간병비를 지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요양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에서 간병인이나 보호자 없이 간호사, 간호조무사가 환자를 보는 간호간병통합병동(통합병동)은 기능이 강화된다. 지난해 환자나 그 가족들이 부담한 사적 간병비 규모가 10조 원(추정)에 달하는 등 ‘간병 파산’이라는 말까지 나오자 정부는 21일 이 같은 대책을 내놨다.
● 요양병원 간병비 70∼80% 정부 지원
이날 보건복지부는 당정 협의를 통해 확정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환자는 간병비, 입원비, 진료비 등을 낸다. 이 중 간병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전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하루 간병비는 12만∼15만 원에 달해 월 수백만 원이 든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요양병원 10곳의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일반 재정으로 간병비를 지원하는 1차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1차 시범사업에서 정부 지원은 간병비의 70∼80% 수준으로 검토 중인데, 정확한 비율은 내년 2월경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26년 2차 시범사업을 거쳐 2027년 1월 전국으로 확대된다.
지원 대상이 되려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먼저 중증도에 따라서 요양병원 환자를 5개군으로 분류했을 때 가장 심한 1, 2군에 해당하면서 노인장기요양등급 1, 2등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심하게 아프면서 일상생활 도움도 많이 필요한 이들로, 전체 요양병원 환자의 5.3%(2만5000명)가 해당한다. 또 해당 환자는 전체 환자 수 대비 중증도 1, 2군인 환자들의 비율이 일정 비율(미정)을 넘는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어야 한다. 재정 부담을 고려해 제한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재정 투입 대신 간병비 급여화, 즉 건강보험을 적용할지는 건보 재정 안정성을 고려해 1차 시범사업 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통합병동, 경증 환자만 골라 받지 않도록
이번 대책에는 통합병동 개선방안도 담겼다. 통합병동은 가족의 간병 부담을 줄이고 간병인 등 외부인의 병원 출입을 줄여 병원 내 감염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2013년 7월 처음 도입됐다.
병원은 통합병동을 운영하면 일반병동보다 수가(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진료비)를 더 많이 받고, 환자 입장에서는 간병인을 고용할 때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입원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이 통합병동에 ‘손이 많이 가는’ 중증 환자는 입원시키기를 꺼리고 경증 환자만 골라 받는 현상이 비일비재해 문제로 지적돼 왔다(본보 7월 4일자 A12면 참조).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치매, 섬망 환자 등을 전담하는 중증환자 전담병실을 통합병동에 도입하고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많이 받는 병원에 재정 보상을 늘릴 계획이다. 간호인력이 부족해 중증환자를 통합병동에 받기 어렵다는 의료 현장의 의견에 따라 환자 1인당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수도 늘릴 계획이다. 또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가서도 지속적으로 의료·간호·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2027년까지 재택의료센터를 전국 시군구에 1곳 이상 설치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간병비 부담을 사회가 나누는 건 옳은 방향이지만 문제는 재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간병비 지원만 늘리면 현재 요양병원에 경증 환자가 오래 입원하는 고질적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며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분류해서 중증도가 높으면 요양병원에, 낮으면 요양시설로 보낼 수 있도록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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