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테러’ 10대 구속영장 기각…20대 모방범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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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22일 22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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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들을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20대 남성 설 씨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한 10대 피의자들을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20대 남성 설 씨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남긴 임모 군(17)에 대한 구속영장이 22일 기각됐다. 모방 범죄를 벌인 20대 남성 설모 씨는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군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는데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죄질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한 법익 침해가 중대한 사정은 존재한다”면서도 “만 17세의 소년으로 주거가 일정한 점,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관련 증거들도 상당수 확보돼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했다.

임 군은 지난 16일 빨간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경복궁 영추문 좌우측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 담벼락에 ‘영화 공짜’ 등의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 등을 적어 문화재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임 군이 낙서 테러한 구역은 가로 길이만 약 44m에 이른다. 경찰이 시민의 신고를 받고 경복궁에 출동한 이후에도 서울경찰청 주차장 입구 우측 담장에 9m가량 낙서를 남겼다.

경찰 조사에서 임 군은 텔레그램에서 ‘일하실 분, 300만 원 드린다’는 글을 보고 신원 미상의 A 씨에게 먼저 연락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A 씨는 임 군에게 “경복궁 등에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고, 범행을 벌이기 전 10만 원을 먼저 건넸다고 한다. A 씨는 임 군이 범행을 저지른 후 “수원 모처에 550만 원을 숨겨놓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돈을 주진 않았다.

이 부장판사는 임 군의 범행을 모방해 같은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설 씨에 대해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임 군의 범행 이튿날인 17일 오후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적어 문화재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설 씨는 범행 하루 뒤인 18일 “내가 했다”며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예술을 한 것”이라고 올리는 등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국가무형문화재 제외)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또 지정 문화유산과 그 구역의 상태를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문화재청은 임 군의 경우 미성년자인 만큼 부모에게 거액의 복구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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