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남긴 임모 군(17)에 대한 구속영장이 22일 기각됐다. 모방 범죄를 벌인 20대 남성 설모 씨는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군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는데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죄질이 좋지 않고 이로 인한 법익 침해가 중대한 사정은 존재한다”면서도 “만 17세의 소년으로 주거가 일정한 점,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관련 증거들도 상당수 확보돼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했다.
임 군은 지난 16일 빨간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경복궁 영추문 좌우측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 담벼락에 ‘영화 공짜’ 등의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 등을 적어 문화재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임 군이 낙서 테러한 구역은 가로 길이만 약 44m에 이른다. 경찰이 시민의 신고를 받고 경복궁에 출동한 이후에도 서울경찰청 주차장 입구 우측 담장에 9m가량 낙서를 남겼다.
경찰 조사에서 임 군은 텔레그램에서 ‘일하실 분, 300만 원 드린다’는 글을 보고 신원 미상의 A 씨에게 먼저 연락했다고 밝혔다.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A 씨는 임 군에게 “경복궁 등에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고, 범행을 벌이기 전 10만 원을 먼저 건넸다고 한다. A 씨는 임 군이 범행을 저지른 후 “수원 모처에 550만 원을 숨겨놓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돈을 주진 않았다.
이 부장판사는 임 군의 범행을 모방해 같은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설 씨에 대해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임 군의 범행 이튿날인 17일 오후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적어 문화재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설 씨는 범행 하루 뒤인 18일 “내가 했다”며 경찰에 자수했다. 그는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예술을 한 것”이라고 올리는 등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문화재(국가무형문화재 제외)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또 지정 문화유산과 그 구역의 상태를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문화재청은 임 군의 경우 미성년자인 만큼 부모에게 거액의 복구 비용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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