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모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기능검정원 자격 박탈 타당…실형은 과도”
운전면허시험 과정에서 단말기 입력 실수로 실격자를 부정 합격시키고, 이를 입막음하려 다른 응시자의 점수까지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기능검정원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2심 재판부는 해당 기능검정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징역형의 실형 선고는 과도한 처벌이라고 판단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이상덕)는 공전자기록 등 위작, 위작공전자기록 등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기능검정원 A(59)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인천 미추홀구 한 자동차운전전문학원 소속 강사이자 운전면허 도로주행시험관(기능검정원) A씨는 지난해 1월8일 공전자기록인 학사관리프로그램에 수검자 2명의 도로주행검정시험 점수를 허위 입력해 이들을 부정 합격 처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이들 수검자 2명과 동승해 도로주행시험을 주관하고 채점하던 A씨는 수검자 B씨가 유턴하지 않고 시험경로를 이탈하자, 즉시 B씨의 운전을 중단시키고 자신이 직접 차량을 운전해 학원으로 복귀했다.
이후 A씨는 B씨를 실격 처리해야 하지만 단말기 조작 실수로 합격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그런데 그는 입력을 정정하는 절차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B씨가 정상적으로 도로주행시험을 마쳐 합격한 것처럼 그냥 놔두기로 마음먹었다.
이어 다음으로 시험을 본 C씨가 유턴 후 3차로에서 1차로로 급격히 진로를 변경하자, A씨는 C씨에게 구두로 “실격”이라고 고지했다.
그런데 문득 A씨는 수검자 B씨에게는 합격 통보가, C씨에게는 불합격 통보가 이뤄질 경우 C씨가 B씨의 합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 염려됐다.
이에 그는 수검자 C씨의 이의 제기를 미리 무마하기 위해 “당신들의 실수를 눈감아 주고 합격 처리하겠다”면서 C씨에 대해 감점 처리하지 않고 합격으로 입력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검자 B씨 관련 단말기 입력 실수를 바로잡을 절차와 방법이 있는데도 번거롭다는 이유로 보고하지 않고 은폐했다”면서 “이를 입막음하기 위해 수검자 C씨의 점수도 거짓으로 입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는 운전면허시험관(기능검정원)으로서 직업윤리의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기능검정원 자격을 박탈해 해당 업계에서 퇴출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 사건 형사판결이 확정되면 시·도경찰청장이 도로교통법 제107조 제4항 제1호에 따라 A씨의 기능검정원 자격을 취소처분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피고인이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사전에 범행을 계획·준비한 것이 아니라 단말기 입력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라면서 “피고인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고 판단돼 원심과 동일한 형을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A씨의 범행은 수검자 C씨의 어머니가 학원에 C씨의 부정 합격 처리 사실을 신고하고 재시험을 요구하면서 발각됐다.
당시 C씨의 어머니는 합격 통보를 받고 어리둥절한 채 귀가한 C씨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데 나중에 운전면허 부정 취득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잘못은 조기에 바로 잡는 것이 옳다”며 학원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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