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신신예식장’. 기념사진 촬영 중 쑥스러운 듯 다소 경직된 신랑·신부를 바라보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 이 구호의 원조는 고(故) 백낙삼 씨다. 청년 시절 10년 넘게 사진사로 일한 백 씨는 1967년 3층 건물을 매입해 신신예식장을 차렸다. 이후 55년간 무료로 예식장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부부 1만4000여 쌍의 결혼식을 지원한 그는 4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한 총리는 이날 ‘깜짝 주례’를 위해 신신예식장을 찾았다. 주례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선 “고인이 떠나신 뒤 부인과 아드님이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나면 작은 힘이라도 꼭 보태고 싶다고 생각했다. 성탄절 이브인 오늘, 인연이 닿았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이날 26년간 함께 살다 이번에 작은 결혼식을 하게 된 부부의 주례를 맡았다. 한 총리는 “혹시나 부담을 느끼실까 봐 부부와 가족에게는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서 “예식 전 도착해 ‘오늘 주례를 맡게 됐다’고 인사드렸더니, 부부는 물론 따님과 아드님, 시누이 부부까지 온 가족이 깜짝 놀라며 좋아하셨다”고 했다. 주례사에선 “서로 의지하며 희끗희끗한 머리가 마저 파뿌리 되도록 해로하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신신예식장은 고단하게 사느라 웨딩드레스 입은 사진 한 장 없이 반백이 되신 분들이 애틋한 꿈을 이루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예식장 벽면에 빼곡하게 붙은 신랑 신부 사진을 하나하나 살펴봤다”면서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일하며 온갖 풍파를 함께 견딘 분들이 서리 내린 머리로 식을 올리는 모습이 찡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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