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이과 심화 수학 수준의 ‘미분과 적분’ 과목이 사라진다.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후 34년 만이다. 이에 해당하는 현 중2는 지원하는 대학이나 학과가 인문계열이든 자연계열이든 같은 시험을 본다. 수능이 쉬워지는 만큼 대학이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정시 모집에서도 내신 교과평가를 반영할 가능성이 커졌다.
● 심화 미적분 제외, 1994학년도 이후 처음
2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학년도 대학입시 제도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번 내용은 앞서 10월 발표된 대입개편 시안이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수능은 문·이과 선택 과목 없이 통합형으로 시행하고, 내신은 상대평가를 ‘9등급→5등급’으로 완화한다. 다만 최상위권 변별을 위해 신설을 검토한 수능 ‘심화 수학’(미분과 적분Ⅱ, 기하)은 사교육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심화 수학 도입 검토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수능 수학은 문·이과 구분 없이 수학Ⅰ과 수학Ⅱ를 공통 과목으로 치르고, 문·이과에 따라 미분과 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등 3개 선택과목 중 1과목을 골라 치른다. 대부분 이과생은 주로 난도가 높은 미분과 적분, 기하를 택하고 문과생은 상대적으로 쉬운 확률과 통계를 본다. 그간 고득점에는 미분과 적분, 기하가 유리하기 때문에 입시에서 문과생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본다는 지적이 있었다.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이러한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 선택과목을 없앴다. 모든 수험생이 대수, 미분과 적분Ⅰ, 확률과 통계 3과목만 공통으로 치른다. 수능 수학을 문·이과 구분 없이 통합형으로 보는 건 1994학년도 수능 이후 처음이다.
● 대학들 “미적분Ⅱ·기하 학습 여부 내신으로 평가”
심화 수학 신설이 무산되면서 대학들 입장에서는 최상위권 학생을 수능만으로 변별하기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그간 수능 100%로 뽑았던 정시에서 내신 성적을 추가로 반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5년부터 고교에서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데, 여기에는 미적분Ⅱ, 기하 등 심화 수학에 해당하는 과목도 있다. 이에 대학들이 바로 이 과목들의 내신 성적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이다. 손창완 연세대 입학처장은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면 이공계열 지원 학생이 고교에서 어떤 수업을 들었는지, 성적은 어땠는지 학생부를 보거나 면접을 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도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시 지원자도 내신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학생부로 학생을 변별하는 대학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입시전문가들은 수능 역시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출제 범위는 줄지만 융합형 문제가 나오면 시험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공계 교수들은 심화 수학 제외가 확정되자 기초학력 저하를 우려했다. 심화 수학은 이공계 학과 1학년에서 배우는 과목의 기초가 되는 미분법, 적분법, 벡터 등을 다룬다. KAIST의 한 교수는 “미적분을 배우지 않고 입학하면 대학 수업에서 풀어야 하는 상미분, 편미분 방정식을 못 푼다”며 “결국 고교 수학을 대학이 가르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 현장에서는 심화 수학이 제외되면 사교육 유발을 차단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장지환 배재고 교사는 “그동안 수학 영역의 출제 범위가 너무 넓고 어려워 사교육 시장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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