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심근경색이나 뇌출혈처럼 촌각을 다투는 심뇌혈관 환자가 응급병상을 못 찾아 거리를 헤매는 ‘표류’가 내년 1월부터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19구급대가 여러 병원에 동시에 응급환자 정보를 띄우며 환자 수용을 요청하고, 심뇌혈관 전문의는 수술 가능 여부를 신호등 신호처럼 실시간으로 온라인 네트워크에 알려 이송과 전원(轉院·병원을 옮김) 문의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시스템이 경기와 대구·경북 등 7개 권역에서 시행된다.
● 심뇌혈관 환자 발생 시 지역 의사들에게 전파
보건복지부는 28일 심뇌혈관질환관리위원회를 열고 내년 1월 말 시행하는 ‘심뇌혈관질환 문제해결형 진료협력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참여 기관을 확정했다. 현재는 119구급대와 의료진이 응급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방법이 없다. 구급대원이 인근 응급실에 일일이 전화해 환자 혈압 등 활력징후를 불러주면서 받아줄 병상이나 의사가 있는지 물어야 한다. 특히 환자의 최종 치료를 맡을 전문의에게 직접 연락하는 게 아니라 응급실을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복지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 시범사업을 벌인다. 우선 전국 7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와 인근 39개 병원이 참여하는 ‘기관 네트워크’를 만들어 권역 내에 심뇌혈관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실을 거치지 않고 해당 분야 전문의들이 곧장 환자 정보를 공유한다. 총 12개 권역이 공모에 참여했는데 경기와 인천, 강원, 대구‧경북, 부산, 광주‧전남, 충남 등 7개 권역이 선정됐다.
또 급성심근경색이나 급성대동맥증후군, 뇌출혈 등 ‘골든타임’이 촉박한 경우는 질환별로 전문 의료진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당초 전국에서 30개 팀을 선정하려 했지만, 심사 결과 우수한 제안서가 많아 공모에 참여한 52개 팀을 전부 선정했다. 경기 고양시 건강보험 일산병원 등의 전문의 670명이 참여한다.
● 119구급대-병원 실시간 정보 공유
복지부는 119구급대와 전문의가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만든다. 119구급대나 응급실 의료진이 급성심근경색이 의심되는 환자의 심전도 측정 결과 등을 플랫폼에 올리면 인근 병원 전문의들에게 동시에 알림이 가고, 수술할 수 있는 의료진이 ‘우리 병원으로 오라’고 응답하는 방식이다. 15분 내에 환자를 받아가는 병원이 없으면 요일별로 정해둔 ‘당번 병원’의 의료진이 책임지고 환자의 이송과 전원을 조율한다.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경우 지난 몇 달간 자체적으로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해 본 결과 환자의 골든타임을 상당히 아낄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달 말 권역 내 한 병원이 ‘9세 뇌출혈 환자를 수술할 병원을 찾는다’며 관련 정보를 올리자 5분 만에 인근 병원 의료진이 나선 것.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적정 병원을 찾을 수 있어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차후 네트워크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대상 질환도 심뇌혈관 외 모든 응급 질환으로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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