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 씨(48)가 27일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 씨 측이 23일 세 번째 조사 당시 변호인을 통해 “비공개 출석하게 해 달라”고 2차례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선 “특별한 이유 없이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걸 금지한 수사 공보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씨의 변호인은 2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 2차 조사의 경우 공개 출석이 불가피한 면이 있어 받아들였지만 마약류 음성 결과가 나온 후 진행된 3차 조사를 앞두고 두 차례에 걸쳐 경찰에 비공개 출석을 요구했다”며 “그런데 경찰이 ‘내부적으로 이미 공개 출석으로 정해졌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28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 씨 측에서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출석하고 싶다고 요청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지하주차장으로 오더라도) 어차피 노출되는 상황이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걸 취재진이 보면 사람이 몰려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1, 2차 때와 같은 방법으로 출석해 달라고 했고 이 씨 측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결국 10월 28일에 이어 지난 달 4일과 이달 23일에 세 번에 걸쳐 포토라인에 섰다. 마지막 조사는 19시간동안 이어졌는데 이 씨의 변호인은 “다시 한 번 공개출석하느냐, 심야조사로 한 번에 끝내느냐는 선택의 기로에서 어쩔 수 없이 심야조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모욕주기식 공개출석과 피의사실 공표, 두 가지가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3차 조사 당시 진술을 충분히 들어주는 차원에서 변호인 참여하에 장시간 이뤄졌다”며 “적법하게 수사를 진행했고 수사사항 유출도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현행 ‘경찰 수사 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소환, 조사, 압수수색, 체포, 구속 등의 수사 과정이 언론이나 그 밖의 사람에 의해 촬영, 녹화, 중계방송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피의자를 공개 조사하는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사 관행과 언론 공보 준칙 같은 것을 되짚어봐 문제가 있다 싶으면 보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오전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대책회의에서도 공보 규칙 준수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는 함께 일했던 동료 등의 추모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영화 ‘기생충’을 함께한 봉준호 감독과 배우 박소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이날 빈소를 찾았다. 이 씨의 발인은 29일 낮 12시경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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