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어린이과학동아 별별과학백과]매콤 짭짤 맛좋은 라면, 면발 속에 비밀이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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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발 튀길 때 미세한 구멍 생겨… 밀도 작아지며 식감 쫄깃해져
꼬불꼬불한 면, 공간 차지 줄이고, 유통과정서 잘 부서지지 않는 효과
매운맛, 도파민 자극해 행복감 선사

우리가 즐겨 먹는 라면의 면발, 수프 등에는 다양한 과학이 숨어 있다. 업체에 따라 다른 매운맛을 내기 위해 수프에 베트남 고추,
 청양고추 등 다양한 재료를 넣는다. 면발 역시 끓는 물에 빨리 익을 수 있도록 튀기거나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우리가 즐겨 먹는 라면의 면발, 수프 등에는 다양한 과학이 숨어 있다. 업체에 따라 다른 매운맛을 내기 위해 수프에 베트남 고추, 청양고추 등 다양한 재료를 넣는다. 면발 역시 끓는 물에 빨리 익을 수 있도록 튀기거나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매운 라면들이 속속 출시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매운 라면이 중독성이 있는 이유, 그리고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최근 일반 라면보다 5배 매운 라면이 등장했다고 해 직접 사서 편집실에서 끓여봤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편집부는 맵기로 소문난 라면 4종을 먹으며 매운 정도와 맛을 평가해 봤는데요. 과연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 매운맛을 직접 체험해 봤다! 라면 수프의 과학


라면을 끓인 스튜디오에서는 연신 ‘맵다’는 말과 함께 후루룩 쩝쩝 소리만이 울려 퍼졌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편집부 9명은 마열라면, 맵탱, 신라면 더 레드, 그리고 틈새라면 극한체험 순으로 매운 순위를 매겼습니다. 라면 회사들이 공개한 각 라면의 ‘스코빌 척도’와 비교해 보면 어떨까요?

스코빌 척도는 1913년 미국의 화학자 윌버 스코빌이 개발한 매운맛 측정 지수예요. 매운맛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추가한 설탕물 양을 측정한 것이지요. 가장 맵게 느낀 틈새라면 극한체험의 스코빌 척도는 1만5000SHU입니다. 라면 국물보다 1만5000배 많은 양의 설탕물을 넣어야 매운맛이 안 나죠.

4가지 라면은 매운맛의 느낌이 조금씩 달랐어요. 마열라면을 먹은 백창은 기자는 “알싸하다”고 표현했어요. 신라면 더 레드를 먹은 최은영 디자이너는 “끝맛에서 톡 쏘는 매운맛이 난다”고 말했죠. 김정 편집장은 “틈새라면 극한체험을 먹었더니 입술과 목구멍이 따가워졌다”고 표현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맛을 냈는지 농심과 팔도에 연락해 물어봤습니다. 농심에서는 “기존보다 수프에 들어가는 청양고추의 양을 늘리고 후추와 마늘, 양파도 추가했다”고 답했어요. 팔도에서는“청양고추보다 더 매운 베트남 고추를 사용했다”고 밝혔지요. 한국식품연구원 노화대사연구단 김민정 연구원은 “매운 음식을 섭취하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도파민은 사람이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매운 라면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라면, 면발 속의 비밀은?


직접 끓여 보니 동그란 1인용 냄비에 원형 면은 쏙 들어갔고, 사각형 면은 약간 익힌 뒤 밀어 넣어야 했습니다. 왜 어떤 라면은 원형이고, 어떤 라면은 사각형일까요? 그리고 라면이 4분 30초 만에 익는 비결은 뭘까요? 라면 회사에 직접 문의했습니다.

라면은 4분 30초 동안 끓이면 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식품이에요. 라면이 이처럼 빨리 익는 것은 다른 면과 달리 면발에 작은 구멍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라면 공장에서 면발을 수분과 열로 찐 뒤 튀기면, 기름이 면 안으로 들어가요. 그 과정에서 물이 면 밖으로 나가면서 면에 구멍을 만들죠. 덕분에 면발의 밀도가 작아져 짧은 시간 안에 빨리 익고, 씹을 때 느낌도 쫄깃한 거예요.

라면 면발의 또 다른 특징은 꼬불꼬불한 모양입니다. 농심에서는 “면발이 꼬불꼬불하면 좁은 공간에 더 많은 면발을 담을 수 있고, 포장과 유통 과정에서 면이 부서지는 것을 방지할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기자가 맵탱과 마열라면을 끓여 꼬불꼬불한 상태로 면의 길이를 재 봤더니 약 30∼40cm였는데, 면을 잡아당겨 팽팽하게 만들었더니 50∼60cm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라면 면발의 색깔에도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삼양식품은 “라면에 리보플라빈이라는 비타민을 넣어 영양 성분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면의 색감을 노랗게 해 더 먹음직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라면 모양에 따른 차이도 있을까요? 사각형인 면은 라면 제조 과정에서 면을 익히고 자른 뒤 바로 튀겨 만들지만 원형인 면은 물 스프레이를 뿌려 면 가닥 사이를 분리한 뒤 원형 틀에 모아서 튀깁니다. 원형 면은 물을 뿌리는 과정에서 면의 전분이 씻겨 나가 더 미끄럽고 깔끔한 식감이 생겨요. 농심은 “이러한 식감 차이의 특성을 반영해 라면 콘셉트에 따라 면의 형태를 다르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라면을 직접 만든다면?


음식을 튀기는 에어프라이어를 비롯해 간장, 식초, 밀가루 반죽 등 온갖 조리 도구와 음식 재료들이 가득한 실험실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라면을 연구하는 라면 연구실이에요. 풀무원의 라면 연구실에서 건면을 연구하는 이의찬 선임연구원을 만났습니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파일럿 테스트실이라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실제 라면 공장에서 라면을 제조하려면 대량 생산을 하기 때문에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공장에서 생산하기 전에 연구실에서 라면을 소규모로 만들어 보면서 어떻게 라면을 만들지 방향을 잡는 거죠.”

―평소 라면 시식도 많이 하나요?

“라면 시식만 하다가 하루가 끝나 버릴 때도 있어요. 면 연구팀이라고 면만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 수프와 면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자주 시식을 하며 맛을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지요. 풀무원 라면만 시식하는 게 아니라 다른 회사의 라면 신제품이 나오면 바로 구매해서 면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성분을 확인해 보기도 합니다.”

―일반 라면과 건면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기름에 튀겨 만드는 ‘유탕면’과 달리, 건면은 따뜻한 바람을 쏴서 건조시킨 면이에요. 건조 과정에서 면 안에 있던 물이 면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면에 작은 구멍들이 생겨 유탕면과 비슷한 식감을 내지요. 유탕면보다 지방이 적게 들어 있어 열량이 낮아요. 면 가닥을 잘라 보면 유탕면은 단면이 동그랗습니다. 그런데 건면은 단면이 네모나요. 건면은 유분기가 있는 유탕면보다 면발이 딱딱해 면적을 넓혀야 물을 많이 머금어 빨리 익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유탕면과 식감이 달라 건면을 먹으면 어색하다는 의견이 있었죠. 그래서 건면 연구원들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건면의 단면을 원형으로 바꾸고, 더 빨리 익게 하기 위해 전분을 더 많이 넣어 면을 부드럽게 만들었어요. 결국 유탕면과 비슷한 건면을 만들 수 있었지요.”

―라면 연구자로서,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꿀팁이 있으시다면?

“라면 포장지 뒷면에 나와 있는 조리법을 지켜 끓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연구원들이 100도 기준으로 실험을 한 뒤 설정한 조리법이기 때문에, 조리법과 달리 물이 끓기 전(100도가 되기 전)에 면을 넣어 버리면 연구원들이 계획해 놓은 맛과 달라질 수 있어요. 본인만의 조리법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적어도 한 번은 정식 조리법대로 먹어 보기를 추천합니다.”

#라면#면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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