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발표 직후보다 12%P 늘어
‘상경계열 희망’이 61%로 최다
“학과 무관, 대학 이름만 본다” 25%
문과생들 합격선 변수로 떠올라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응시한 이과생 정모 군(18)은 국어와 수학, 영어, 과학탐구 1개 과목 등 4개 과목에서 2등급을 받았다. 대학들이 3일부터 정시모집 원서 접수에 들어가는 가운데 정 군은 같은 점수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인문사회계열 학과로 ‘교차지원’을 고민하고 있다.
정 군은 “일단 진학하고 싶은 대학에 원서를 내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며 “전공은 입학 뒤 바꿀 수도 있고 적성에 안 맞으면 의대 등으로 ‘반수’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수능을 본 이과생 10명 중 6명 이상이 교차지원을 생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가에선 “이과생들이 교차지원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인문사회계열 학과의 합격선이 올라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교차지원 의사 있다” 응답 늘어
지난해 12월 31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1, 22일 수험생 19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이과생(1380명) 응답자의 62.3%가 ‘인문사회계열로 교차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수능 성적 발표 직후인 12월 8, 9일 조사했을 때보다 11.8%포인트 늘었다.
희망 전공은 경제, 경영 등 상경계열이 60.5%로 가장 많았고 ‘학과 상관없이 대학 이름만 보겠다’는 응답이 24.5%로 뒤를 이었다. 이과생이 교차지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학과보다 일단 대학 이름값에 무게를 두는 수험생들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치러지면서 수시에서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하지 못해 교차지원으로 방향을 튼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수험생 김모 양(18)은 “수학과 영어에서 모의고사 때보다 1등급씩 내려가 원하는 대학을 수시에서 못 가게 됐다. 정시에선 교차지원으로 경제학과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양대 경영학부 모의지원 80%가 이과생
이과생이 교차지원에 유리한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수능에서 미적분과 기하 등 이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선택과목과 확률과 통계 등 문과생 선호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는 11점으로 통합형 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 이후 가장 컸다.
여기에 ‘문과생이 국어에 더 강하다’는 통념도 깨졌다. 지난해 수능에서 고득점에 유리한 국어 선택과목 ‘언어와 매체’의 응시생도 이과생이 문과생의 거의 두 배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과 수험생들로서는 이과생 교차지원이 대입의 큰 변수가 됐다. 입시업체 진학사의 모의 지원에서 한양대 경영학부의 지원자는 80%가 이과생이었다. 이곳은 수학 반영 비율이 40%로 높은 편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이과생이 대거 유입되는 학과의 합격선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 이름값만 보고 진학할 경우 적성에 안 맞거나 생각했던 진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2학년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인문계열에 진학했다가 자퇴 등으로 학교를 떠난 재학생은 688명으로 전년(456명) 대비 50.9% 늘었다.
이번 설문에선 합격선이 높은 대학으로 ‘상향 지원’하겠다는 응답도 42.0%로 직전 조사(38.7%)보다 늘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고되면서 의대 진학까지 염두에 두고 올해는 소신 지원하려는 수험생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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