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나서 마을에 포탄이 떨어진 줄 알았어요.” 새해 첫날 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 LPG 충전소 인근은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폭발 굉음과 함께 반경 300m가 순간 불바다로 변했고, 건물 10여채와 차량 10여대가 화염에 녹아내리거나 파괴됐다.
2일 강원특별자치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분경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의 LPG 충전소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LPG 충전소에서 가스가 새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오후 8시 41분경 119에 접수된 지 22분 만에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전 도로에는 가스로 추정되는 연기가 무릎 높이로 자욱하게 깔려 마을로 퍼진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에 있던 한 목격자는 연합뉴스에 “가스 누출 사고가 있다고 해서 소방대원과 함께 도로를 통제하던 중 충전소에서 갑자기 땅이 흔들릴 정도의 폭발이 발생했다”며 “급히 도망치던 중에도 충전소 인근에 주차된 차량 등에서 폭발이 잇따랐다”고 말했다.
충전소에서 4㎞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한 주민은 “집에 있는데 살짝 진동이 느껴져서 나와 봤더니 곧장 재난 문자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 났나 싶어 충전소 방향으로 갔더니 가스통이 폭발하는듯한 소리가 잇따라 들렸다”고 말했다.
300m 떨어진 곳의 맨홀 뚜껑이 3m가량 하늘로 치솟았다는 목격담도 있다. 폭발 후 불은 충전소 주변 세차장, 주택, 농기구센터 등 곳곳으로 번졌다.
소방은 대원 117명과 장비 58대를 투입 진화작업을 벌인 끝에 오후 11시 59분경 완진했다.
평창군은 인근 주민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차량은 우회하라”는 재난 문자를 보냈다.
주민 25명은 백옥포리 마을회관과 장평2리 마을회관으로 나누어 대피했다. 장평리 일대에는 정전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근을 지나던 화물차 운전자 2명(30대 남성, 60대 남성)이 전신화상을 입어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맞은편 모텔에 투숙 중이던 40대·70대 외국인 2명과 50대 배달원 등 3명도 가벼운 상처와 화상을 입었다.
또 주택 등 건축물 14동과 차량 14대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일 오전부터 사고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벌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등과 함께 정확한 폭발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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