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하수관로 135km 전수조사
땅꺼짐 원인 51.2% 하수도 손상
지하 빈 공간 특별점검도 확대
실시간 데이터로 ‘위험지도’ 구축
“하수관이 노후화되거나 나무뿌리 등에 의해 손상되면 지반 침하(땅꺼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 서울시 안준회 물재생계획과 하수정비팀장이 하수구 맨홀 옆에 설치된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야광조끼를 입은 작업자가 모니터에 달린 방향키를 조작하자 약 200m 길이의 케이블로 연결된 자동차 모양 폐쇄회로(CC)TV가 하수관로를 움직이며 내부를 촬영했다. 지상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하수관로 내부 상황은 고화질 영상으로 녹화되고 있었다.
안 팀장은 “하수관로에 갈라짐이 있는지, 이음부가 정상적으로 연결돼 있는지 등을 살펴 보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땅꺼짐 발생지 인근 하수관로 135km 조사
서울시는 2021년 이후 최근 3년간 하수도 문제로 땅꺼짐이 발생한 지역 27곳에 있는 하수관로 135km를 지난해 12월부터 전수조사하고 있다. 이날 점검한 롯데호텔 앞 하수관로 인근은 2021년 8월 폭과 길이 각각 0.1m, 깊이 1.5m 규모의 땅꺼짐이 발생한 곳이다. 안 팀장은 “한 번 하수관로 때문에 땅꺼짐이 발생한 곳은 재발할 우려가 있어 우선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 판독을 통해 파손, 구부러짐 등을 점검해 하수관로를 1∼5등급으로 매긴다. 4, 5등급의 경우 부분 또는 전체 보수를 시행한다.
하수도 손상은 땅꺼짐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낡은 하수도에서 물이 새 주변의 흙이나 암석을 침식시켜 땅꺼짐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2015∼2023년 9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땅꺼짐 209건 중 하수도 관련이 51.2%(107건)였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배수 설비 문제로 인해 폭 6m, 길이 5m, 깊이 3m 규모의 땅꺼짐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특히 손상 가능성이 큰 노후 하수관로가 많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2021년 하수도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하수도 1만827km 중 내구연한 30년을 넘긴 노후 하수관로는 55.3%(5995km)에 달한다. 2015∼2019년 시는 이 중에서 5743km를 조사해 보완이 필요한 312km를 정비했다. 시 관계자는 “매년 내구연한이 도래하는 하수도 약 150km를 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땅꺼짐 예방 위해 ‘지하 공간’ 조사 강화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땅속 빈 곳을 뜻하는 ‘지하 공동(空洞)’ 조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내 1만8280km를 세 차례에 걸쳐 조사한 결과 공동 6394곳을 발견해 복구했다. 조사 연장 1km당 공동 발견율은 0.61개(2014년)에서 0.23개(2023년)까지 떨어졌고, 2016년 57건까지 발견됐던 땅꺼짐도 지난해 22건으로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을 발견해 채움재를 넣어 보수하는 등 예방 활동을 늘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는 올해부터 해빙기 및 우기에 이뤄지는 ‘지반 침하 우려 구간 특별점검’ 구간을 연 5000km로 확대한다. 기존에 비해 10배 늘어난 규모다. 집중호우 시 침수 구간, 노후 상·하수관, 지하철역, 침하 이력이 있는 지역 등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탐사를 전담하는 전문 인력도 3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도로 밑을 분석해 공동을 찾아내는 지표투과레이더(GPR) 차량도 3대에서 5대로 확대한다.
이르면 올 8월 서울시 전역의 땅꺼짐 위험을 포착할 수 있는 ‘위험지도’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지하 시설물과 지질, 지하수 등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설계한 ‘통합 지하 안전 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해 실시간 공동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2029년까지는 서울 전역에 지하수 수위를 측정할 수 있는 우물 250개 등 관측망을 설치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수 수위 변동을 탐지해 GPR 차량이 못 찾아내는 위험도 더욱 세밀하게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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