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 왜 안 따라” 함께 살던 20대 폭행 사망케 한 동료들…최대 징역 10년

폭행

함께 지내던 20대 남성을 지속적으로 괴롭힌 것도 모자라 무차별 폭행까지 해 사망에 이르게 한 동료들이 중형에 처해졌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종원)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 상해치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공범 B씨와 C씨에겐 각각 징역 9년과 8년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해 7월8일 오전 3시30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한 빌라에서 함께 사는 피해자 D씨(28)를 발로 걷어차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폭행으로 D씨는 오른쪽 갈비뼈 12개, 왼쪽 갈비뼈 4개가 부러진 건 물론 등과 허벅지의 근육과 피부층이 분리될 정도로 심한 외상을 입었다. 이후 B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전 6시36분께 사망판정을 받았다.

A씨는 전날 밤 자신과 갈등을 빚던 E씨를 괴롭히기 위해 D씨에게 E씨의 번호로 전화 100통을 걸라고 지시했고, D씨가 지시사항을 다 채우지 못하자 범행을 저질렀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은 D씨에게 “100통화 하라고 했는데 14통 했다며? 정신 나갔냐? 야, 대꾸를 해 XXX야” “XXXX, 오늘 내가 갈 동안 100통화 안 하면 너 죽는다” “전화하면 허투르 끊고 하지 마라. 쳐맞기 전에” 등의 심한 욕설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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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씨는 A씨 등과 함께 건설일용직에 종사했는데, 일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실수를 지적받아 심리적으로 극도로 위축된 상태였다. 이 탓에 D씨는 A씨의 위세에 눌려 종속된 관계로 지내왔으며 각종 가혹행위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에 선 A씨는 “B씨와 C씨에게 피해자를 폭행하도록 지시한 적 없고, 사건 당일 잠에 들어 나머지 피고인이 피해자를 어떻게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인지 알지 못 한다”며 범행을 일부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팀장급인 A씨가 나머지 피고인과 친구 사이라고 할지라도 상급자 위치에서 지시를 내렸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폭력을 행사하거나 윽박을 질렀던 점을 보면 D씨 사망사건 때도 A씨가 B씨와 C씨에게 직접 폭행을 지시한 것으로 봄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B씨와 C씨가 “평소 A씨가 ‘D씨를 관리하면서 때려라’고 지시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한 점도 A씨에게 불리한 근거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자신들보다 5살 어리고 지시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을 이용해 가혹행위를 지시하고 폭행을 가했다”며 “사건 당일에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피해자를 협박하고 강요한 것도 모자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갖지 않은 채 처벌을 면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허위진술하기로 서로 말을 맞춰 수사를 방해했고, 사망에 대한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고양=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