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농작물 피해 보는 세종시… 올해 처음으로 인명 피해 입어
잡힌 멧돼지 송곳니만 5cm 길이
포획 장소서 수퇘지 2마리 더 잡아
“마주쳤을 땐 천천히 몸 숨겨야”
“2년 전 여름에 멧돼지가 개를 물었던 적은 있었는데, 사람을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구먼.”
새해 첫날인 1일 세종시 전동면 청람리에 있는 복숭아밭에 멧돼지가 출몰해 밭에서 일하던 이모 씨(66)가 옆구리와 허벅지 등을 다쳤다. 이 마을 장광열 이장(62)은 3일 통화에서 “사고 당일 안개가 유독 짙어서 앞도 제대로 안 보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 이장은 “이 씨가 아침부터 과수원에 울타리를 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멧돼지에게 공격당했다”고 전했다.
세종소방본부에 따르면 신고가 접수된 건 1일 오전 9시 23분경이다.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다친 이 씨를 발견했다. 지혈 후 오전 9시 31분경 30km 떨어진 충남 천안에 있는 한 대학병원으로 이 씨를 이송했다. 그는 오른쪽 허벅지가 20cm 넘게 찢어지고, 엉덩이와 옆구리도 다쳤다. 옆구리 상처가 깊어 간에서도 출혈이 발견돼 2일 오전 3시간 넘게 수술을 받았다.
150여 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복숭아 농사를 한다. 멧돼지들이 해마다 복숭아나무를 부러뜨리거나 고구마, 옥수수 같은 농작물을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이번처럼 사람이 다친 건 처음이다. 장 이장은 “2년 전 마을 밭에 묶어둔 개가 멧돼지에게 물려 죽은 적은 있었는데 사람까지 공격하니 무섭다. 마을에 노인들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씨를 공격한 멧돼지는 사건 발생 4시간 만인 오후 1시 20분경 유해조수구제단이 쏜 총 두 발을 맞고서야 쓰러졌다. 전체 몸길이는 160cm, 몸무게 200kg, 5∼6년생 수퇘지다. 복숭아밭으로부터 500m 떨어진 야산에서 사냥개 3마리가 30분 동안 추적해 잡았다. 멧돼지를 포획한 이희복 세종시 유해조수구제단 사무국장(58)은 “돼지 견치(송곳니) 길이만 5cm가 넘었다. 멧돼지는 시속 50km 속도로 달릴 수 있어 공격받으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이 씨는 멧돼지를 잡은 야산에서 100kg짜리 수퇘지 두 마리를 추가로 포획했다. 짝짓기 시기인 12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수퇘지들은 평소보다 더 공격적이다. 이 사무국장은 “야산에 수퇘지 두 마리가 더 있던 것을 보면 암컷을 차지하려고 경쟁하면서 더 사나워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동안 전국적으로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은 총 541억9500만 원이다. 가장 피해를 많이 내는 동물은 멧돼지로 피해액은 330억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어 고라니 90억7300만 원, 까치 41억7000만 원, 꿩 17억5700만 원 순이었다.
세종시에서는 2021년에 멧돼지 263마리가 포획됐고, 2022년 240마리, 지난해에는 204마리가 잡혔다. 전문가들은 멧돼지가 시력이 나쁘기 때문에 마주쳤을 때 소리를 내거나 빠르게 움직여 자극하면 위협을 느끼고 공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을 보이지 말고 천천히 뒷걸음으로 움직이면서 주변 건물이나 나무, 바위 뒤로 몸을 숨기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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