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 현장에 ‘피 묻은 안전모’ 슬쩍…중대재해 조작·은폐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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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4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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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게티이미지)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게티이미지)
안전모 없이 아파트 작업 중 추락사한 근로자의 사고 현장에 피 묻은 안전모를 몰래 가져다 두는 등 중대재해를 은폐·조작한 혐의로 업체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검 형사4부(이상훈 부장검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한 아파트 관리업체 소속 관리소장을 3일 구속기소 했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교사 혐의로 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과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로 아파트관리업체 대표이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2022년 7월 4일 경기 양주시에 있는 한 아파트 지하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배관 점검을 하던 A 씨가 사다리가 부러지며 추락했다. A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결국 숨졌다.

A 씨의 소속 업체는 직원이 약 2400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관리소장이 안전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 씨가 착용했다는 안전모의 혈흔 등이 수상하다고 판단해 집중 조사했다. A 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피도 많이 흘렸는데, 안전모에는 외부에만 피가 묻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사고 당시 A 씨는 안전모와 안전대 등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이 공모해 사고 직후 안전모에 A 씨의 피를 묻혀 현장에 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현장 안전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과실이 드러나면 더 큰 처벌과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관리소장은 검찰 단계에서 구속되는 등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

의정부 지검 관계자는 “보완 수사를 통해 산업재해 은폐·조작 범행이 추가로 밝혀졌다”며 “검찰이 중처법 범행을 직접 입건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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