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부당해고 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 일시적으로 대기발령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기발령이 ‘원직복직에 해당하는 합당한 업무’를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로서 필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4일 최병승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씨는 2002년 현대차의 사내협력업체인 예성기업에 입사한 뒤 현대차에 파견돼 울산공장에서 자동차조립업무를 해왔다. 최씨는 정규직화 투쟁을 벌이다 2005년 2월 예성기업으로부터 징계해고를 당했고 현대차는 사업장 출입 금지를 통보했다.
최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면서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10년 법원은 구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고용 간주 효과를 인정했다. 이에 현대차는 2013년 1월 최씨를 복직시키면서 배치대기발령을 했지만 최씨는 불응해 927일간 결근했다. 최씨는 현대차를 상대로 해고 이후 기간에 대한 임금과 징계가산금(평균임금의 2배)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2심도 해고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1심과 달리 현대차의 가산금 지급 의무는 없다고 봤고 미지급 임금 4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상고심에서는 배치대기발령의 정당성 여부와 가산금 지급 여부가 쟁점이 됐는데, 대법원은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결론적으로 배치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최씨가 이에 불응해 출근하지 않은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봤다. 결근한 기간에 대한 임금 지급 의무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배치 대기 인사 발령은 최씨를 현실적으로 고용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직무교육 등으로 현대차 사업장 질서에 맞게 받아들이며 그 과정에서 최씨에게 합당한 보직을 부여하기 위한 임시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치 대기 인사 발령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최씨가 받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있다거나 그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해고 시점부터 7년 이상 지난 뒤 복직하는 것이라 현대차로서는 그사이에 이뤄진 작업방식 변화, 최씨의 업무수행 능력, 각 공정의 배치 수요를 살펴 합당한 보직을 부여할 필요가 있었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대법원은 “현대차가 최씨의 복직을 부당하게 지연시킬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고 최씨 측과 복직에 관해 충분한 의사를 교환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산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현대차가 2005년 2월 사업장 출입을 금지함으로써 최씨를 해고한 행위는 징계권 행사나 징벌적 조치로 보기 어렵다”며 “최씨는 가산금 조항에 따른 가산금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부당해고 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인 대기발령을 하는 경우 정당성 판단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로 해석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용자가 부당해고 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는 경우 원직복귀가 원칙임을 명시하면서도 이미 이뤄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 필요, 작업환경 변화 등을 고려해 합당한 일을 시키더라도 정당한 복직으로 볼 수 있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부당해고 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대기발령을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적법하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대기발령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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