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복제 1억원” 법률 사각지대…동물복제 ‘논란’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4일 16시 15분


'사모예드 티코' 복제한 두 마리 반려견 탄생
미국 '팝 디바' 스트라이샌드도 반려견 복제
동물권 단체는 우려…"더 많은 동물 희생돼"
현행법에는 동물복제 규제 조항 無…"법 필요"

최근 한 유튜버가 1년 전 숨진 반려견 유전자를 복제해 새로운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유전자 복제 기술을 이용해 죽은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것의 적절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물 한 마리를 복제하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수반된다며 이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온다.

4일 뉴시스 취재 결과, 20만여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사모예드 티코’는 지난 1일 ‘우리 강아지가 돌아왔어요’라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유튜버가 키우던 반려견 사모예드 티코가 2022년 11월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 약 1년여 만에 처음 올라온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티코와 생김새가 흡사한 사모예드 두 마리가 나오는데, 유튜버 ‘티코 언니’는 “언젠가 먼 미래에 티코가 떠나게 된다면 티코를 꼭 복제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예상치 못한 헤어짐이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왔다”며 “집에 있는 것조차 괴로워 해외로 많이 다녔고, 그사이 (유전자 복제를) 의뢰했던 티코가 두 마리로 태어나 3개월 차에 제게로 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려견 복제는 아직 한국에서 많이 생소하지만 저로 인해 누군가는 복제를 알게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펫로스’(반려동물과 사별한 보호자가 느끼는 신체, 정신적 어려움)를 극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의 사망으로 슬픔, 상실감, 괴로움 등을 겪는 이른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극복하는 한 방법으로 반려동물 복제를 선택하는 사례는 앞서 해외에서도 있었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의 ‘팝 디바’ 바바라 스트라이샌드(82)가 14년을 함께 한 반려견 ‘사만다’ 사망 후 사만다의 유전자로 복제한 반려견 두 마리를 들여와 화제가 된 바 있다.

“자식이 죽은 것 같다”며 비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던 스트라이샌드가 사만다의 혀와 위에서 체취한 세포를 통해 복제견 ‘미스 바이올렛’과 ‘미스 스칼렛’을 탄생시킨 것이다.

영화와 TV에서 맹활약하던 중국의 스타견 ‘주스’는 사망도 전인 지난 2018년 복제견으로 재탄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떠돌이 개였던 주스는 2010년 반려견 학교를 운영하던 흐어 준씨에 의해 구조된 후 중국에서 개봉된 다수 영화에 출연하면서 스타견으로 성장했다.

주스가 9살이 되면서 장시간 촬영이 어려워지고 질병과 사고 위험이 커지자, 흐어 준씨는 주스의 외형과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복제를 결정, 동물복제업체에 의뢰해 마침내 2018년 주스와 겉모습이 똑같은 ‘작은 주스’를 탄생시켰다.

반려견 복제 소식에 동물권 단체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 마리의 복제동물을 탄생시키기 위해 그보다 많은 동물의 난자가 체취되는 등 동물권 침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이사는 “한 마리의 동물을 복제를 하기 위해 수많은 난자와 여러 번의 이식 수술 과정, 대리모가 필요하다. 이 대리모들이 전부 제왕절개 당하고 새끼를 빼앗기게 된다”며 “(동물 복제는) 동물들을 착취하고 도구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복제 산업의 기반 자체가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해내는 것인만큼, 복제 과정에서 동물이 생명체로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폐기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인 윤리가 동물한테도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우려와 달리 현행법에는 동물복제를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 이번 사례처럼 일반인이 민간업체를 통해 동물복제를 의뢰·진행하는 것 역시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실제 유튜버가 복제를 의뢰했다고 밝힌 업체 ‘룩셀바이오’는 이날까지도 접속 트래픽이 몰리는 등 이유로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고 있다. 복제 방식과 소요 기간, 대리모견을 구하는 방법 등을 묻는 언론의 취재 요청에도 역시 응하지 않고 있다.

과거 수차례 지적돼온 문제이지만, 마땅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국이 관련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이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 이사는 “‘해외에서 폭발물 탐지견 등 특수 목적견을 양성하거나 국내로 들여오는데 1~2억원씩 드는데 우리는 6000만원이면 복제를 할 수 있다’면서 과거 한국 정부가 복제를 국가 정책으로 내세운 역사가 있다”며 “동물복제가 산업으로 확대돼 아직도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도 “동물복제 자체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면서 “복제의 타당성과 정당성이 윤리적으로 면밀하게 검토될 수 있게 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물복제는 동물의 난자에 복제를 원하는 동물의 체세포를 주입해 만든 복제수정란을 대리모의 난관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을 복제하는 데 드는 비용은 8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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