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남산 1·3호 터널을 도심 방향으로 진입할 때만 ‘혼잡통행료’를 내게 된다. 터널을 지나 강남 방향으로 빠져나갈 때는 통행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도심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1996년 통행료가 도입된 지 28년 만이다.
서울시는 “이달 15일부터 남산 1·3호 터널과 연결도로 통행료를 도심 방향만 2000원 받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강남 쪽으로 나가는 외곽 방향은 통행료를 면제하되, 도심 방향만 기존 금액을 유지하는 것이다. 시는 이번 정책을 위해 지난해 전문가 자문회의와 공청회, 서울시 교통위원회 심의 등 행정 절차를 마쳤다.
시에 따르면 도입 후 교통량 감소 효과는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물가 상승 폭을 고려할 때 2000원으로는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상대적으로 덜 혼잡한 외곽 방향 차량까지 통행료를 걷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시는 지난해 3∼5월 통행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첫 1개월간은 도심 외곽 방향으로 나가는 차량에만 통행료를 면제했다. 남산터널 이용 교통량은 5.2% 증가했지만, 터널 주변 도로에서는 큰 혼잡이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이후 1개월간 양방향 통행료를 모두 면제하자 남산터널 이용 교통량은 12.9% 늘고, 소공로와 삼일대로 등 도심 주요 도로 통행속도도 최대 13%까지 떨어졌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외곽 방향은 한남대교 확장 등 도로 여건이 개선돼 통행료 징수 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징수 효과가 뚜렷한 도심 방향만 통행료를 계속 걷기로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터널 인근에 거주하는 종로·용산·중구민에 한해 통행료를 완전히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동안 통행료 폐지를 요구하는 거주민들의 민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윤 실장은 “특정 지역 주민의 통행료 부담을 면제하려면 조례 개정이 필요한 데다, 상반기 선거가 예정돼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올해 안으로 검토해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또 강제 징수 성격을 띠는 기존 명칭 대신 ‘기후동행 부담금’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다. 교통량 억제를 위해서는 통행료를 2000원보다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장기적으로 도심 방향 요금 인상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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