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 이미 자퇴해 학교폭력대책위원회도 못열어
부친상을 당한 학교 친구에게 ‘연락이 잘 안된다’라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을 가한 고등학생들이 경찰에 입건됐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4일 고등학생 A 군을 폭행한 동급생 B 군과 C 군을 공동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A 군을 10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 군과 C 군은 지난달 8일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A 군을 폭행했다. 당시 A 군은 부친의 장례식으로 경황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군은 폭행으로 온몸에 피멍이 들었지만 부친 사망으로 슬픔에 빠진 가족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다만 아버지 발인 날 ‘가슴이 아프다’며 에둘러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들은 또 지난달 14일 A 군을 새벽에 불러내 2시간 가까이 끌고 다니면서 폭행했다.
얼굴이 부은 채로 집에 돌아온 A 군을 본 어머니는 아들을 병원에 데려갔고 그제서야 폭행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의사는 전치 4주의 진단을 내리며 “조금만 더 맞았으면 죽을 뻔했다”고 말했다. A 군은 결국 입원했다.
A 군의 어머니는 B 군과 C 군을 경찰에 고소하고 학교에도 관련 사실을 알렸다. 교육 당국은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해 학생들이 자퇴를 해버리면서 학폭위를 열 수 없게 됐다.
특히 폭행을 주도한 B 군은 이미 다른 학폭 문제로 강제전학 처분이 내려진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 군의 가족들은 보복, 추가 폭력 등을 피하기 위해 이사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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