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이태원 참사’ 혐의와 관련해 경찰과 소방의 고위 관계자들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전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검찰은 의결된 내용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존중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14회 열렸다.
수심위는 2017년 10월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만들어진 제도로,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인 2017년 12월 운영지침(예규)이 제정되며 근거가 마련됐다.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건, 검찰 결정으로 공정성·중립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목적이다. 이를 통해 검찰 결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성도 확보하고자 했다.
수심위원장은 임기 2년으로 2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현재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맡고 있다. 위원 풀(Pool)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회 각계 전문가 150~300명 이하로 구성된다. 정당에 가입한 사람 등은 위원이 될 수 없다. 무작위 추첨을 통해 특정 사건을 심의할 15명을 선정한다.
수심위는 수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 중 하나다. 미국의 대배심 혹은 수사배심과도 유사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배심원들이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하는 대배심제와 달리 한국의 검찰은 수심위 결론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규칙에는 검찰이 수심위 심의 결과를 ‘존중’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수심위는 사회적으로 이목이 쏠리는 사건들을 심리해왔다. 처음으로 심리한 사건은 파업한 노조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수심위의 ‘기소유예’ 결론에 따라 검찰은 노조원을 불기소(기소유예)했다. 그 외에도 안태근 전 검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도 심리를 받았다.
이 회장 사건은 검찰이 수심위 결론을 따르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장은 두 차례(▲삼성 부당합병 혐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 수심위 소집을 신청했다. 수심위는 2020년 6월26일 삼성 부당합병 혐의 수사 중단 권고, 이 회장 등에 대한 불기소 권고를 의결했다. 당시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1차 성적표를 받아든 상태였고, 고심 끝에 이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3월26일 수심위는 이 회장의 프로포폴 혐의에 대해서도 논의한 후,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 중단을 권고했다. 이 회장 기소 여부에 대해서는 가·부 동수가 나왔다. 검찰은 약 3달 뒤 구약식 기소했다. 정식 재판 없이 서면 심리로 벌금형(이 회장에게 5000만원 구형)을 선고해달라는 뜻이다. 법원은 벌금 7000만원을 선고했고, 확정됐다.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채널A사건을 심리해달라며 낸 요청으로 소집된 수심위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당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을 권고하고 불기소할 것을 의결했다. 검찰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계속했지만, 논란 끝에 2022년 4월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수심위를 소집한 사례는 총 6건이다. 1호 사건인 노조원들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 사건, 안 전 검사장의 인사 보복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이 수심위 소집을 요청한 경우 일반적인 경향은 그 결론을 따르는 구조다.
월성원전 사건은 백운규 전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을 조기 폐쇄 결정을 내려 한국수력원자력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추가 기소해야 하는지로 수사팀과 지휘부 사이 논쟁이 있었던 이례적인 사건이다. 수심위의 불기소 권고 후 약 1년간 공판 과정과 보완 수사를 통해 검찰은 백 전 장관을 추가 기소했다.
이태원 참사 수심위는 오는 15일 오후 2시 열린다. 수심위는 검찰, 수사 대상자(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고발인(유족 측) 등이 낸 A4용지 30쪽 이내의 의견서 등을 참고해 논의할 계획이다. 수심위의 결론은 이르면 15일 저녁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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