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가입자 건보료, 자동차에 부과 폐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6일 01시 40분


당정, 이르면 내달부터 보험료 개선
333만가구 月평균 2만5000원 줄듯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험료 개선방안’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험료 개선방안’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르면 다음 달부터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던 재산보험료 기본 공제금액이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오른다. 자동차에 매기던 건보료도 폐지된다. 지역가입자 약 353만 가구 중 94.3%(약 333만 가구)가 월평균 2만5000원, 연 30만 원가량의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은퇴 후 소득은 없지만 집이나 자동차를 보유해 건보료를 과도하게 납부해 온 고령층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는 직장인과 달리 자영업자와 은퇴자는 소득 외에도 재산과 자동차에 건보료가 부과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은퇴한 어르신은 소득이 줄었는데도 건보료가 오히려 늘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된 과도한 보험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는 1982년, 자동차보험료는 1989년 도입됐다. 당시엔 지역가입자의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실시한 조치였다. 하지만 소득 파악이 투명해지면서 부과 체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건보료가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더 이상 국민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은퇴자나 지역가입자도 납득할 수 있는 부과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은퇴한 2.5억 집주인 건보료 月14만→10만원… 재산공제 상향

지역가입자 건보료 내달부터 개선
소득에만 물리는 직장가입과 달리 재산-車에도 부과해 형평성 논란
은퇴후 1주택자 과도한 부담 덜어
건보료 수입 年9831억 줄어들 전망
70대 은퇴자 김장수(가명) 씨는 매달 14만3360원을 건강보험료로 내고 있다. 연금소득 월 100만 원 외에 다른 수입은 없지만 거주 중인 아파트에 ‘재산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약 2억5000만 원으로 과표 기준은 공시가의 약 60% 수준이다. 하지만 김 씨가 받을 수 있는 기본 공제는 5000만 원에 불과해 나머지 금액에는 보험료가 매겨진다. 은퇴 전에는 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되고 이마저도 회사와 절반씩 내 부담이 크지 않았다. 지금은 보험료 납부가 버겁다고 느낀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김 씨의 건보료는 10만3120원으로 4만240원(28.1%)이 줄어든다. 정부와 여당이 5일 발표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개선 방안’에 따라 재산에 대한 기본공제 금액이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 직장가입자처럼 ‘소득’ 중심 개편
현재 건보 지역가입자는 소득에만 건보료를 물리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과 재산, 자동차에 모두 건보료가 부과된다. 보유 주택이 없어도 전월세 보증금까지 보험료가 매겨진다. 이 때문에 건보료 부과 체계가 불합리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과 항목은 소득 58.17%, 재산 41.44%, 자동차 0.39%로 재산과 자동차에 부과되는 건보료의 비중이 41.83%에 이른다. 특히 은퇴 후 소득이 없는 1주택자는 보유 주택 가격 때문에 경제적 능력에 비해 과도한 건보료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당정이 이날 발표한 개선안은 건보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바꿔 직장가입자와 형평성을 맞추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부과 체계 개편으로 지역가입자 353만 가구 중 330만 가구의 재산보험료가 월평균 9만20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약 2만4000원(26.1%) 인하될 것으로 추산했다. 예를 들어 약 2억4000만 원의 주택을 보유한 지역가입자는 그동안 재산 과표가 1억 원으로 책정돼 월 재산보험료를 5만5849원 냈는데, 공제 금액이 1억 원으로 늘면 재산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자료 : 국민건강보험공단
4000만 원 이상 자동차에 부과되던 건보료는 완전히 폐지된다. 현재 지역가입자 중 약 9만6000가구가 월평균 2만9000원을 내고 있다. 최대 부과 금액은 4만5223원이다. 재산 및 자동차 보험료 개선에 따른 최대 인하 금액은 월 10만1072원이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 협의 후 “주요국 가운데 재산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고 자동차에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가입자 간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 “건보 수익 年 1조 줄어도 부과 체계 개선이 우선”
이번 부과 체계 개편으로 연간 건보료 수입은 9831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를 통해 충분히 (경감 금액을) 조달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건보 누적 적립금은 약 25조 원이다.

전문가들은 가입자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 기본공제를 1억 원, 2억 원 등으로 단계적으로 상향해 궁극적으로는 일부 고액 자산가에게만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건보 재정이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 우선 부과 체계의 형평성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보험료 개선#지역가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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