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교차로서 신호대기 車 밀리자
반대 차선 시민, 눈감은 운전자 발견
창문 틈새로 기어 변속해 멈춰세워
60대 시민이 내리막길을 굴러 역주행하던 음주운전 차량을 막아 세워 큰 사고를 막았다. 운전자는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 잠이 들면서 밟고 있던 브레이크를 놓친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인천 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10시 7분경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의 한 사거리에서 30대 남성 A 씨가 몰던 경차가 좌회전 신호대기 중 내리막길을 따라 앞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 차량은 전조등도 켜지 않은 채 느린 속도로 사거리에 진입했다. 다행히 옆 방향에서 달려오던 차들과 충돌하진 않았지만 맞은편 좌회전 차선까지 넘어와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다른 차량들이 경적을 울렸지만 차량 운전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맞은편 직진 방향 차선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60대 남성 B 씨는 이 상황을 지켜보다 운전자 A 씨가 눈을 감고 있는 걸 목격했다. 급하게 자신의 차에서 내린 B 씨는 “사람이 기절했다”고 소리치며 역주행하는 차량으로 뛰어갔다. 몇 초 만에 차량을 따라잡은 B 씨는 차량 창문이 열린 틈으로 팔을 집어넣어 변속기어를 주차 상태로 바꿨다. 이어 문을 열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가 차량을 멈춰 세웠다. 즉각 시동을 끄고 차 키도 뺐다. B 씨의 신속한 조치 덕분에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고 다친 사람도 없었다.
B 씨는 A 씨 차 안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느껴 112에 신고한 뒤 A 씨를 경찰에 인계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면허 취소 수치인 0.08%로 측정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신호대기 중 잠이 들면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음주운전 차량 사고를 막은 B 씨에 대해선 표창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용감하게 대처한 시민 덕분에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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