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인기학과 위주 정원 감축”… 국문-사학-철학과는 안 줄이기로
고려, 모든 학과 고통분담에 무게… 성균관도 5 10% 균등 감축 논의
문사철 통합후 정원 축소 의견도
“고심 끝에 인기 학과 위주로 정원을 줄이는 게 맞다는 방침을 정하고 교수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한양대 관계자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25학년도 신입생 330명을 무전공 선발한다는 방침을 정한 후 오랜 논의 끝에 지난해 12월 말 각 학과 정원 조정을 마무리지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육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학들은 어떻게 무전공 선발 정원을 확보할지 고민 중이다. 한양대는 학생들이 몰리는 공대 인기 학과를 중심으로 정원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고려대와 성균관대 등은 모든 학과에서 균등하게 정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한양대, 국문-사학-철학 정원 안 줄인다
한양대는 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많게는 입학정원의 20%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히자 가장 먼저 선발 인원을 정하고 학과별 정원 감축 규모도 확정했다.
한양대는 무전공 선발로 330명을 뽑을 예정인데 이 중 250명이 정원 내 선발이다. 정원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곳은 데이터사이언스학부로 올해 80명인 정원이 내년에 40명으로 반 토막 난다. 융합전자공학부는 145명에서 119명으로,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는 150명에서 130명으로 10% 이상 줄어든다. 반면 국어국문학과(29명)와 사학과(22명), 철학과(17명) 등은 정원을 줄이지 않기로 했다.
인기 학과 위주의 정원 감축에 대해 해당 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이기정 총장은 지난해 7월 출범한 교육혁신처를 중심으로 설득에 나섰다. 류호경 한양대 교육혁신처장은 “어차피 학생들이 많이 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기 학과 위주로 줄여야 한다”며 “학생들을 융합형 인재로 만들자”고 설득했다.
그 대신 비인기 학과에는 “지금은 소규모 학과 보호 차원에서 정원을 안 줄이지만 중장기적으로 학생으로부터 외면받으면 정원을 유지할 수 없다”며 “다른 학과와 융합과목을 만들어 무전공 신입생들이 배치되는 인터칼리지학부에서 강의하라”고 요구했다. 한양대는 또 학생들이 특정 전공에 지나치게 쏠리지 않도록 부전공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 고려대-성균관대 ‘균등 감축’ 검토
한양대는 진통 끝에 정원 조정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말 학칙까지 개정했지만 다른 대학들은 무전공 선발 규모조차 확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 9월부터 2025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고 관련 모집요강을 4월까지 확정해야 하는 만큼 각 대학은 무전공 선발 규모와 학과별 정원 조정 방안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정원 감축에 다들 예민한 만큼 일부 대학은 모든 학과의 정원을 같은 비율로 줄이는 ‘고통 분담’ 방침을 검토 중이다.
고려대는 2025학년도에 입학정원의 5%, 2026학년도에 10%를 무전공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모든 학과 정원을 균등하게 감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2025학년도의 경우 각 학과 정원의 5%씩을 줄여 무전공 선발로 돌리는 방식이다. 다만 한문학과 등 정원이 30명 이하인 소규모 학과는 학과의 존폐와 관련될 수 있는 만큼 기존 정원을 유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성균관대 역시 모든 학과 정원의 5%나 10%를 일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무전공 선발의 취지가 학생에게 전공 선택권을 돌려주는 것인 만큼 모든 전공에서 균등하게 정원을 줄이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 대학에선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학과를 교양학부로 통합하고 해당 정원을 무전공으로 선발하자”는 주장이 나와 교수들 반대가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