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사고 현장은 10일 현재 건물 전면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이번 철거공사는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초대형 철거 작업으로 꼽힌다.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1동은 면적 1.2㎢, 시민 1만5973명이 거주하는 행정동으로 주요 간선도로인 상무대로와 죽봉대로에 인접하다.
금호월드와 E마트, 신세계백화점 등 대형상권도 혼재돼 있다. 단독주택과 아파트 지역이 혼합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건물 붕괴가 일어난 화정아이파크2단지 주변에는 E마트와 문구완구종합도매상가, 식당,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등이 위치해 있다.
이에 철거 작업 중 2차 붕괴에 의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관할 구인 광주 서구와 HDC현대산업개발, 소방당국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철거작업에는 검증과 국내외 사례, 학술조사 등으로 여러 방안이 검토됐으며 이를 토대로 성능이 검증된 ‘압쇄’와 ‘DWS(Diamond Wire Saw) 절단’ 복합 공법이 최종적으로 선정됐다.
‘압쇄’는 굴삭기에 압쇄기를 장착해 파쇄하는 공법으로 이번 현장에서는 슬래브(철근콘크리트구조의 바닥면)와 내부벽체 등 내부 구조물 철거에 적용한다.
‘DWS’는 공업용 다이아몬드가 박힌 와이어를 사용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절단하는 공법으로 친환경적이며 정밀하다는 특징이 있다. 낙하물 위험이 있는 외부벽체와 엘리베이터 주변 코어 벽체, 외부 기둥 등 중량구조물에 쓰일 예정이다.
안전과 환경 피해 최소화를 위한 가시설로는 ‘RCS(Rail Climbing System)’와 ‘매직 패널’을 적용한다.
‘RCS’는 작업 층 외부에 설치하는 가시설로 낙하물, 소음, 분진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독일의 페리(PERI)사에서 특수 제작했으며 국내 해체공사에 적용되는 것은 처음이다.
해체시 발생할 수 있는 파쇄물을 건물 안쪽으로 유도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경사구조다. 살수작업 용수의 관리를 위한 배수 드레인이 설치돼 1개층 작업을 마치면 유압을 이용해 RCS를 하강시키면서 해체한다.
고층에서 진행하는 작업의 경우 인력을 최소화하고, 장비를 투입해 진행한다. 또 고층에서 장비 작업 중 흔들림과 진동, 구조물 영향을 고려해 위험성이 없는지 중앙통제실에서 실시간으로 제어한다.
10일 기준 동별 해체공사는 △101동 37층 중 12개층 △102동 28층 중 4개층 △103동 38층 중 10개층 △104동 37층 중 9개층 △201동 39층 중 9개층 △202동 28층 중 7개층 △203동 38층 중 12개층 등이 완료된 상태다. 204동의 경우 24층 시스템 비계 설치가 진행 중이다.
철거와 재시공도 마냥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해 아파트의 ‘철거 범위’를 놓고 시공사와 입주예정자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당초 HDC현대산업개발은 붕괴사고가 벌어진 아파트 8개 동을 전면 철거한 뒤 재건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철거공사를 앞두고 지난해 7월 진행했던 기자간담회에서 철거 대상을 ‘8개 동 지상 주거 부분’으로 한정, 지상 1~3층을 제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이 일었다.
입주예정자들이 현산 측의 번복에 분노하자, 결국 시공사는 하루 만에 입주자들과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런 다음 입주예정자 의견을 수용해 지상층 전부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가와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는 8개 동의 지상 1~3층도 철거 범위에 포함됐다.
호명기 HDC현대산업개발 A1추진단장은 당시 언론을 통해 “전동 철거 발표 취지와 신뢰 회복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입주예정자 대표단과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는 당초 2027년 12월까지 해체공사 후 준공 예정이었으나 해체범위가 지상층 전체로 확대 됨에 따라 추가 해체에 따른 계획 검토와 인허가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준공 시점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와 재시공에 대한 논의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그날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도 있다. 바로 희생자 유족들이다.
유족들은 11일 오후 3시 사고현장에서 개최되는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2주기 추모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진행은 유가족 대표가 맡으며 참석자들의 희생자 추모 묵념으로 시작한다. 가족들은 이날 자리에서 추모사와 추모 시낭송을 할 계획이다.
유가족 대표인 안정호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사고 현장에 희생자들을 기억해달라는 골자의 현수막을 걸어놨다”면서 “2주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저희가 외칠 수 있는 것은 피해자들의 희생을 기억해달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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