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없는 4호선 첫날…“혼잡 덜해 좋아” “어수선해”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10일 13시 25분


서울지하철 4호선 객실 한 칸 시범 운행
“편하다” “불안하다” 시민 반응은 엇갈려
“잡을 곳 부족해 위험”…교통약자 지적도

서울시가 ‘의자 없는 지하철’을 시범 운행한 첫날 출근길 시민들은 혼잡한 정도가 확연히 줄어든 모습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다만 열차 내부에 지지할 만한 손잡이 등이 부족해 교통약자의 경우 안전 문제가 걱정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서울교통공사는 10일 오전 7시20분부터 서울지하철 4호선에 의자를 없앤 열차 1개 칸을 시범 운행했다. 객실 양쪽 끝 노약자석을 제외한 의자를 모두 없애 탑승 공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출퇴근 시간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좌석 없는 칸’이 마련된 열차는 이날 당고개역에서 출발해 진접역까지 올라갔다가 서울 도심부를 관통했다.

뉴시스 취재진이 오전 8시30분께 충무로역에서 이 열차 객실에 직접 올라보니 붐비는 구간을 지난 4호선 3호 칸은 약 60%가량 차 있었다.

종전대로 의자가 있는 앞뒤 객실에 비해 서있는 승객과 승객 사이 거리가 충분히 확보된 상태였다.

승객들도 처음 타보는 의자 없는 열차가 신기한 듯 일부는 휴대전화로 내부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확실히 이 객실은 널널하다. 매일 4호선을 타는데 이전 혼잡도를 생각하면 한 80%는 줄어든 것 같다”며 “원래는 이 시간대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차는데 오늘은 편안하게 왔다”고 말했다.

동대문역에서 탑승해 이촌역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는 김모(43)씨도 “평소보다 객실이 훨씬 덜 붐빈다. 오면서 계속 등받이에 기대고 있어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며 “다만 의자가 없으니 몸을 기댈 수 있는 곳이 좀 더 늘어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의자가 없어진 대신 열차칸 양 벽면을 따라 쿠션 시트로 된 등받이가 설치됐다.

승객들은 창문 옆에 일렬로 자리를 잡거나 객실 중앙 통로에 섰다. 통로 중앙에는 별도 지지대가 없어 일부 승객은 천장에 달린 양 손잡이 사이를 가로로 잇는 봉을 잡고 몸을 지탱하기도 했다.

통로 정중앙에 서 있던 승객들은 열차가 역에 도착해 멈추는 순간에 중심을 잃고 약간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노약자나 임신부 등 좌석이 마련된 칸에 타야 하는 교통약자 승객들을 위해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객실 내부 창문에는 “혼잡도 완화를 위해 의자없는 칸 시범 운영 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지만, 탑승 전에는 어디가 해당 객실인지 알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다는 직장인 김모(35)씨는 “오늘 시범 운행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하고 칸을 잘못 탔다. 허리가 아파서 서 있기가 불편한데 의자가 없으니 곤란했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매일 출근길에 4호선을 이용하는 정모(76)씨는 “다들 서 있으니 어수선하고 마음이 불안하다”며 “급정거하면 기둥을 잡지 못하고 서 있던 사람들이 다 넘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안내가 있었다면 다른 칸에 탔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혜화역에서 출발해 사당에 있는 직장에 출근한다는 조모(34)씨는 “가장 사람이 많은 충무로역까지만 서서 가면 열차에 사람이 빠지면서 앉을 자리가 생긴다”며 “이동 구간이 긴 승객들한테는 큰 장점이 없는 것 같다. 잡을 것이 부족해 넘어지기도 쉬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4호선 운행을 시작으로 당분간 출근 시간대 1회에 한정해 시범 운행을 이어갈 예정이다. 향후 혼잡도 개선 효과를 확인한 뒤 시행을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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