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 사용자는 혈중 과불화화합물(Per- and Poly Fluoroalkyl Substances·PFAS)의 총 체내 축적 유해물질이 1.2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중 과불화화합물이란 아웃도어 의류, 식품 포장재, 종이빨대, 프라이팬,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방수코팅제 물질군으로, 화학적으로 잘 분해되지 않고 환경과 생체 내 오래 잔류해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로 불린다.
고려대학교 보건환경융합과학부 최윤형 교수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안과 김동현 교수는 콘택트렌즈를 자주 사용하는 20세부터 39세까지 미국인 7270명을 대상으로 콘택트렌즈 사용과 과불화화합물 노출 간의 연관성을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과불화화합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몸 속에 축적돼 갑상선 질환, 고콜레스테롤혈증, 임신성 고혈압, 신장암, 정소암, 당뇨 등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소비자단체(Mamavation)는 콘택트렌즈 제품에서 과불화화합물로 추정되는 유기 불소가 검출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콘택트렌즈를 주로 많이 사용하는 20~30대 청년층에서 과불화화합물 노출이 부가될 가능성을 고려해 실제 청년층의 콘택트렌즈 사용이 체내 과불화화합물 축적 농도를 높이는지 확인했다.
연구결과 콘택트렌즈 사용자는 사용하지 않는 대상자에 비해 혈중 과불화화합물의 총 체내 축적 유해 물질이 1.2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개별 과불화화합물의 혈중 농도는 콘택트렌즈 사용자에서 과불화옥탄산(PFOA) 0.41 ng/ml, 과불화학센술포네이트(PFHxS) 0.28 ng/ml, 과불화옥탄술폰산(PFOS) 1.75 ng/ml가 유의하게 높게 검출됐다. 과불화화합물 노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교란 요인들을 통계적으로 제거하고 관찰한 결과다.
또 PFOA의 노출로 인해 건강이 위험할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는 콘택트렌즈 사용자 중 4.5%, 콘택트렌즈 미사용자 중 3.9%로 추정됐다. PFOA 노출로 인한 건강상 영향에서 자유로운 것으로 추정되는 인구는 콘택트렌즈 사용자 중 5.8%, 콘택트렌즈 미사용자 중 16.4%로 추정됐다.
새로운 과불화화합물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고 현재 수천 종 이상의 과불화화합물이 산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자료(1999~2008년)를 대상으로 분석해 과거 주로 사용되던 과불화화합물 검출에 집중해 연구했다. 향후 후속 연구를 통해 최근에 새롭게 개발돼 사용되는 과불화화합물을 포함해 연구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최 교수는 “콘택트렌즈와 같은 의료기기는 일반 생활용품과 달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존재하지 않고, 소비자가 과불화화합물의 위험 정보를 인지하더라도 안전한 콘택트렌즈 제품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의료기기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환경 유해 물질의 규제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시력을 보완하기 위해 선택한 제품이 우리의 건강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교수는 “콘택트렌즈는 안구 표면과 접촉하기 때문에 렌즈 내 유해물질이 있더라도 렌즈 착용으로 인한 전신 영향을 우려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하지만 이번 연구로 소프트 콘택트렌즈 착용으로 과불화화합물이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규명해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10~20대 청년들이 소프트 콘택트렌즈를 많이 착용하기 때문에 이런 건강상 위해 가능성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이뤄졌고 환경 과학 분야 학술지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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