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년에게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기라고 교사한 인물이 낙서 후 언론사에 제보하라고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낙서 사건을 벌인 임모 군(17)으로부터 경복궁 낙서를 지시한 일명 ‘이 팀장’이 범행 직후 언론사에 제보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임 군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김모 양(16)은 범행 직후인 지난달 16일 오전 3시경 지상파 등 언론사에 사진과 함께 범행 현장을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임 군은 텔레그램에서 ‘일하실 분, 300만 원 드린다’는 글을 보고 먼저 연락해 자신을 ‘이 팀장’이라고 소개한 A 씨를 알게 됐다고 한다. 자신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라고 소개한 A 씨는 “경복궁 등에 낙서하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하며 ‘영화 공짜’ 등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를 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범행에 앞서 10만 원을 송금하며 “새벽 시간 있을 곳이 마땅치 않을 테니 식당이라도 가라”고 했다고 한다.
임 군은 여자친구인 김 양과 함께 서울 종로구 경복궁으로 이동해 16일 오전 1시 42분경부터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에 지시받은 대로 낙서하고 텔레그램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고 했고 임 군은 실제 세종대왕상 인근까지 이동했지만 “경찰이 있어 무섭다”며 낙서하진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임 군과 동행했던 김 양은 망만 봐주고 직접 낙서에 가담하지는 않은 것을 고려해 석방했다. 임 군에 대해선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소년범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경찰은 임 군에게 10만 원을 보낸 계좌를 추적했지만, 돈을 건넨 사람과 낙서를 지시한 사람은 다른 인물로 드러났다. 경찰은 A 씨를 계속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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