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와 검사에 이어 경찰 고위직에서도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자신이 수사와 경비 등을 담당했던 근무지에서 출마할 예정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 훼손을 막기 위해 근무지 내 출마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상률 서울경찰청 생활안전 차장(치안감)은 전날 사직 후 국민의힘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공직선거법상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11일) 직전에 사직한 것이다. 이 전 차장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경남경찰청장을 지냈다. 이 전 차장은 통화에서 “고향인 김해을에 출마하려 퇴직하자마자 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고 밝혔다.
총경급에선 한상철 전 양산경찰서장이 양산갑 출마를 위해 10일 퇴직했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양산서장을 지낸 한 전 서장은 경찰 신분을 유지한 상태에서 이달 8일 양산시청에서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소식 전 대전경찰청장은 대전 유성갑에서,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은 제주 서귀포에서 각각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활동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도 2020년 총선에서 대전 중구에 출마하기 직전에 대전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했다.
일선에선 근무지에서 출마하는 행태가 반복되면 엄정한 법 집행이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나온다. 일선의 한 경찰 관계자는 “총선 출마에 관심 있는 서장과 지방청장이 유권자들을 상대로 음주운전 단속이나 계도 단속 등 엄격한 법 집행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초기 지방청장을 일부러 고향이 아닌 곳으로 배치했었는데, 중립성을 위해서는 그때와 같은 조치가 합당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직선거법을 촘촘하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 사퇴 시한을 선거 90일 전이 아닌 1년 전 수준으로 늘려 이해충돌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웅석 전 형사소송법학회장은 “수사 및 정보를 다루는 경찰 공무원이 자신의 근무 지역에서 총선에 출마하는 것은 일반 공무원의 출마보다 심각한 정치적 중립 훼손 행위”라며 “현직에서의 업무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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