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감사원 간부 추가 수사해야” 반송하자 공수처 “접수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2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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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공소를 제기해달라고 요구한 사건을 ‘추가 수사하라’며 다시 돌려보냈다. 사상 처음 있는 검찰의 ‘사건 반송’에 공수처는 ‘접수 거부’로 맞섰다.

12일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에서 넘겨받은 ‘감사원 3급 공무원 뇌물수수 의혹’ 사건의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이날 다시 공수처에 이송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공수처가 보내온 사건을 형사5부(부장검사 이준동)에 배당해 검토한 결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현재까지 공수처의 수사결과만으로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증거와 법리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고려하면 검찰보다 공수처에서 추가수사를 진행해 증거를 수집하고 법리를 재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공수처는 검찰이 한 번 받은 사건을 다시 돌려보낼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접수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기소해달라며 검찰에 자료를 보내자, 검찰이 자체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를 결정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뉴시스
공수처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라며 “사전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를 한 검찰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공수처는 감사원 3급 공무원 김모 씨가 전기공사 업체를 차명으로 만들고 감사 대상 기업으로부터 공사 하도급 명목으로 약 15억8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에 사건 관련 서류와 증거물을 보냈다. 공수처는 이에 앞서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김 씨가 공사에 개입했다는 직접증거가 부족하고 뇌물 액수 산정에 있어 사실 내지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제26조는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지 않은 수사대상자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경우,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지체없이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송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감사원 등에 소속된 3급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수사할 수는 있지만 직접 재판에 넘길수는 없다.

공수처는 이 조항에 따라 수사결과를 서울중앙지검에 보낸 것이고 검찰이 이를 돌려보낼 근거는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법적 근거가 없는 ‘공소제기 요구’를 남용해 수사가 미비한 사건을 사실상 검찰에 떠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과 공수처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고위 공무원의 뇌물수수 의혹 수사는 ‘공중에 붕 떠버린’ 상태가 됐다. 검찰은 공수처의 접수 거부 입장에 대해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향후 공수처가 자체 기소권을 갖지 못한 고위 공무원의 비위를 확인해도 처분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이 사건을 포함해 총 5건의 사건을 기소해달라며 검찰에 요구한 바 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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