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입부터 1000명 이상 증원
“의대측 350명 제안은 턱없이 부족”
내달 설연휴 직후 발표 방안 조율
의협 “수천명 늘리면 파업 고려” 반발
정부가 전국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1000명 이상 늘리고 단계적으로 2000∼3000명 증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다. 의대 정원 확대안은 다음 달 설 연휴 직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데, 의사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단계적으로 2000∼3000명 증원
1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 등은 내년도 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1000명 이상 늘리는 동시에 단계적으로 2000∼3000명 증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세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서 350명 증원을 제안한 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며 “(발표되는 의대 증원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의대 수요조사와 전문가들의 분석 등을 감안해 설 연휴 즈음 최종 증원 규모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전국 의대 40곳을 대상으로 희망 증원 규모를 조사했는데 2025학년도 입시 때 증원 희망 수요가 2151∼284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학년도 증원 희망 수요는 2738∼3953명이었다. 정책 연구원들도 고령화시대를 맞아 의대 정원 대폭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2030년까지 의대 정원을 5%씩 늘린 뒤 정원을 4303명으로 유지하면 2050년까지 필요한 의사 인력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에서 2025년 5516명, 2030년에는 1만4334명의 의사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 “1000명도 안 된다” 의사 반발 불가피
정부가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2000∼3000명 늘린다고 발표할 경우 의사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의사들은 지난해 10월 의대 정원을 1000명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오자 강하게 반발했고 이에 복지부는 증원 규모 발표를 연기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필수의료 의사 부족, 응급실 표류 등 현재 일어나는 의료계 문제는 의사 증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의대 정원 규모를 수천 명이나 늘리겠다면 파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 등은 다음 달 설 연휴 직후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발표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의정협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휴 전에는 발표가 쉽지 않다는 게 정부 내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의료 개혁을 주제로 민생 토론회를 할 예정인데, 토론회 때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하는 방안과 별도로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복지부는 반발을 줄이기 위해 의대 증원 규모를 지역별로 나눠 발표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의료 수요가 부족한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사들을 설득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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