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아들 재판서 ‘몰래녹음’ 증거능력 공방…檢 “교사에 징역 10월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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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15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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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주호민 씨. 인스타그램 캡처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인스타그램 캡처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자폐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에게 검찰이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15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특수교사 A 씨(42)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등 혐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A 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 씨 아들(9)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공판에서는 최근 대법원이 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로 교사 발언을 무단 녹음했다면 형사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11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B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 씨는 2018년 3~5월 담임을 맡은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학생의 어머니가 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음해 경찰에 증거로 제출했고, 검찰은 이를 근거로 B 씨를 기소했다.

1·2심은 녹취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유죄로 판결했다. 통신비밀보호법 14조 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교사가 교실에서 한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반면 대법원은 “부모가 몰래 녹음한 교사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해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날 검찰 측은 해당 판결에 대해 “최근 선고된 대법원 사건과 본 사건 간에는 차이가 있다”며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아동이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전달할 수 없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극히 미약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 특성상 녹음 외 피해 아동이 자신의 법익을 방어할 수단을 강구하는 게 어렵다”며 “장애아동 교육의 공공성에 비추어 피고인의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발언이라고 볼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 씨에게 징역 10월과 이수 명령, 취업제한 3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 뉴스1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 뉴스1
피고인 측은 A 씨의 발언이 담긴 녹음파일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증거 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했다.

A 씨 측 김기윤 변호사는 최후변론에서 “검찰이 다수의 증거를 제출했으나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는 녹음파일인데 이는 피해 아동 어머니가 아동에게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음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라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판례는 수업 내용이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이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라며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해 (녹음파일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 씨 측 전현민 변호사도 “피고인의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가 생겼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피고인의 심한 발언이 상당 기간 지속됐는지에 대해서도 입증이 없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애정으로 가르친 장애 학생의 학대 피고인이 된 사실이 너무 슬프고 힘들다. 부디 저와 피해 아동이 그동안 신뢰를 쌓고 노력한 과정을 고려해 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이번 판결로 저와 유사한 일로 지금도 어려움에 처한 교사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에 무죄를 판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재판장은 피해 아동 측 변호인들에게도 발언권을 제공했다.

피해 아동 측 변호인은 “피해 아동에게 ‘고약하다’ ‘싫다’ 등 감정적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나 양해, 유감을 표하지 않은 채 온전한 무죄만 주장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서학대는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판례도 있으며 학대 여부는 발언뿐만 아니라 아이가 있던 환경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며 “긴 시간 동안 불안감을 느꼈을 아이의 상황, 장애아동은 상대의 목소리와 억양 등에도 깊은 영향을 받는데 교사의 달라지는 목소리 등에 영향을 받았을 점 등도 고려해달라”고 했다.

A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1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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