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예람 중사 사건 은폐 시도’ 대대장 무죄…어머니 법정서 실신

고(故)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왼쪽 세 번째)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원에서 열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판 선고를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1.15/뉴스1 ⓒ News1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 은폐를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이 중사의 직속 상급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유가족들이 크게 반발했다. 재판 도중 이 중사의 어머니는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15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대대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김모 중대장과 박모 전 군검사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대대장, 박 전 군검사는 2021년 5월 상관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의 사건 은폐를 시도하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을 받는다. 유죄를 받은 김 중대장은 허위 사실을 말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있다.

재판부는 김 대대장에게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무죄를 선고하고, 박 전 군검사에 대해서는 허위 보고·무단이탈을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직무유기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비밀 준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가 김 모 대대장, 박 전 군검사에 대해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자 방청석에 있던 이 중사 어머니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잠시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다행히 이 중사 어머니는 1분여 뒤 눈을 떴고 법정 경위들이 부축해 법정 밖으로 나갔다.

이 중사의 아버지인 이주완씨도 재판 직후 거세게 반발하며 김 대대장을 가리켜 “저 XX가 무죄냐”고 울분을 토했다.

유족과 피해자 측 대리인은 재판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직무유기죄가 인정되지 않은 데 대해 크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강석민 변호사는 “대대장과 군검사의 직무 유기에 관한 범죄를 무죄로 본 것은 재판부가 현재 대법원 판례로 돼 있는 직무 유기 범죄를 아주 협소하게 인정하는 판례에 근거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군대 같은 특수한 사회에서 이뤄지는 지휘관들의 직무 유기에 면죄부를 주기 때문에 굉장히 아쉽다”며 “항소심에서는 반드시 유죄로 밝혀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중사 아버지인 이주완씨는 “대대장은 모든 걸 주도하며 증거인멸 작업을 하고 가해자와 분리 없이 15일 동안 남겨놓으면서 상부에 거짓 보고한 사람”이라며 “공소사실에 의해 증거가 다 인정됐는데도 ‘부적절하지만’이라는 표현을 왜 쓰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