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검은 짐승은…” 말에 47년 키워 준 양부 살해한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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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15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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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된 집에서 일꾼처럼 고된 일하며 생활

고아원에서 자신을 거둬준 양아버지가 자신을 ‘검은 머리 짐승’으로 칭한 데 격분해 살해한 50대 양아들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혜선)는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A 씨(58)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2월 19일 오후 7시 20분경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주거지에서 흉기로 양아버지인 B 씨(사망 당시 79세)를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결과 A 씨는 고아원에서 생활하다가 11살 무렵 피해자의 집에 양자로 들어갔다. 이후 A 씨는 B 씨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거나 B 씨 소유의 어선에서 뱃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B 씨의 친자식들은 학교에 갔지만 그는 학교도 다니지 못했고 주민등록조차 성인이 될 무렵에야 할 수 있었다.

A 씨는 2021년 11월 배에서 일하다가 어망 기계에 팔이 빨려 들어가 오른팔을 잃는 끔찍한 사고를 당하게 됐다. 이 사건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병하며 양아버지 B 씨에 대한 원망이 커졌다. 특히 약 20년 전 B 씨가 자신에게 어선과 주택 등을 주기로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러다 A 씨는 사건 당일 “왜 배를 준다더니 안 주냐”고 B 씨에게 따졌다. 이에 B 씨는 “머리 검은 짐승은 이러니까 안 기르는가보다”고 답했다. 이에 격분한 A 씨는 흉기를 휘둘러 B 씨를 살해한 뒤 경찰이 와서 자신을 잡아가길 기다렸다.

A 씨는 살인죄 수사 과정에서 “아버지한테 ‘짐승’이라는 말을 듣고 참을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팔 절단 이후 정신과 약물 치료 중이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1·2심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살인은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A 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고인은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있었지만 약 30분간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범행을 했다”며 “심신미약 상태에 있다는 주장을 배제한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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