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예람 중사의 강제추행 피해를 은폐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중사의 직속 상급자였던 대대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유가족들이 크게 반발했고, 재판 도중 이 중사의 어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15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대대장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김모 중대장과 박모 군검사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전 대대장, 박 전 군검사는 2021년 5월 상관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의 사건 은폐를 시도하는 등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을 받는다. 김 전 중대장은 이 중사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말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이 중사에 대한 2차가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지 않은 혐의 등과 관련해 김 전 대대장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할 의무는 인정되나 그 이행 방법은 자신이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반드시 당시 중대장 등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하도록 지시해야 할 구체적 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중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 소문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조치한 점을 보면 피고인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선고 과정에서 방청석 앉아있던 이 중사 모친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선고가 4분여 중단되기도 했다. 선고 직후에는 이 중사 부친이 무죄를 선고받은 김 전 대대장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통곡하기도 했다.
김 전 중대장은 2022년 3월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당해 전입하기로 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와 관련한 허위 사실을 말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그는 ‘이 중사가 20비행단과 관련한 사소한 사항이라도 언급하면 무분별하게 고소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 중사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전속 간 부대에서조차 근무자들이 냉랭하게 대하는 반응으로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며 “이 범행은 일반적 명예훼손 범죄와 죄질의 무게감이 다른데도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하며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질책했다.
이 중사 사건의 수사 담당자였던 박 전 검사는 사건 처리가 지연된 책임을 피하고자 허위보고를 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 전 검사는 사건을 송치받은 후에 한 달 반동안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았고 개인적 편의를 위해 조사 일정을 연기하기까지 했다”며 “이 중사 사망 이후 사건처리 지연이 문제되자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군본부 법무실에 ‘피해자 측 요구로 조사일정을 변경했다’고 거짓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이 중사 유족과 피해자 측 대리인은 재판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대대장과 군검사의 직무 유기에 관한 범죄를 무죄로 본 것은 재판부가 현재 대법원 판례로 돼 있는 직무 유기 범죄를 아주 협소하게 인정하는 판례에 근거한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항소심에서는 반드시 유죄로 밝혀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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