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전화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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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5일까지 인천시립박물관 전시
인천항으로 들여온 서양 문물
‘텔레폰’ 대신 ‘덕률풍’이라 불려
공중전화-카폰 등 변천사 한눈에

인천 연수구 인천시립박물관 기획전시실에 가면 개항기인 1880년대에 도입된 전화기(왼쪽 사진)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1970, 80년대 전화기에 이르기까지 전화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인천 연수구 인천시립박물관 기획전시실에 가면 개항기인 1880년대에 도입된 전화기(왼쪽 사진)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1970, 80년대 전화기에 이르기까지 전화의 변천사를 확인할 수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제공
“엄마, ‘덕률풍’이 무엇인가요?”

“응, 개항기에 서양 문물이 들어올 때 전화를 뜻하는 영어 단어인 ‘텔레폰(Telephone)’을 소리 나는 대로 한자로 옮긴 것이란다.”

주부 서연주 씨(42)는 겨울방학을 맞은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6일 인천 연수구 인천시립박물관을 찾았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 ‘덕률풍(德律風), 마음을 걸다’를 주제로 열리고 있는 특별전시회를 관람했다. 1880년대 개항기에 들어온 근대 문물의 하나인 전화기의 역사는 물론이고 그로 인해 생긴 생활상의 변화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는 “아들이 100년이 넘은 전화의 역사를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며 “휴대전화가 보급되며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유선 전화기에 얽힌 추억을 떠올리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1883년 인천항(제물포)이 문을 연 지 140주년을 맞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전시회를 열고 있다.

1부에서는 국내에 전화가 도입된 역사가 인천과 밀접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제국 시기 외교사무를 담당한 외부(外部)의 기록에 따르면 궁중에서 고종이 사용할 전화기가 인천을 통해 도입된 것으로 나와 있다. 또 1898년 1월 24일 기록에는 ‘덕률풍’으로 전한 첫 통화 내용으로 인천감리서주사 조광희가 전한 이양선(외국 선박) 관련 보고 내용이 적혀 있다. 아울러 1902년 전화가 일반 대중에게 처음 보급된 전화소가 설치된 곳도 한성과 인천이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당시에는 깜짝 놀랄 만한 문화적 충격이었을 전화라는 근대 문물을 처음 받아들인 인천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2부는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된 전화가 국내 생산을 거쳐 대부분 가정에 보급되는 과정이 나온다. 1905년 당시 전화 가입자는 서울 50명, 인천 28명 등 80명에 불과했고 서울 등에 거주하던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주로 감시를 위한 경비 통신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외국인을 중심으로 민간용 전화가 보급됐다. 광복에 이어 발생한 6·25전쟁은 통신 시설의 대부분을 파괴시켜 미국의 원조로 복구된다. 1950년대 후반에 전국적으로 전화 회선을 증설하고, 주요 도시에 전화국을 개설한다.

1960년대 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화가 대중화된다. 최초의 국산 전화기 ‘체신 1호’가 개발되면서 전화를 설치하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서울시청과 화신백화점 등 번화가에 서민이 사용하는 무인 공중전화가 설치되면서 전국으로 확대된다.

가정용 전화기는 1986년 세계에서 열 번째로 전자교환기를 생산하면서 이듬해 1000만 회선을 돌파해 1가구 1전화 시대를 맞는다. 이처럼 전화는 대중의 생활필수품이 되어 갔지만 통화는 마음껏 누리기 어려운 ‘용건만 간단하게’ 전하는 시절이었다.

3부는 무선전화로 대표되는 이동통신의 보급이 주제다. 1980년대 아날로그 방식의 무선호출기가 출시된 뒤 일부 부유층은 차량용 무선전화기인 벽돌 크기의 카폰이 설치된 자가용을 타고 다녔다. 그 뒤 크기가 점점 작아지며 ‘핸드폰’이라 불리다가 다양한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으로 발전한다. 통화와 인터넷 검색은 물론이고 민원과 금융 업무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상생활이 가능한 시대에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휴대전화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달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할 수 있다.

#최초의 전화기#인천시립박물관#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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