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기업 중 61곳만 사용
경영 방침에는 큰 변화 없지만, ‘지속가능성’ 등 다른 표현 선호
美 보수층, ESG에 비판적인 입장
“화석연료에 대한 적개심 과도해”
한때 전 세계 기업들의 경영 화두였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열풍이 최근 한풀 꺾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 경영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친환경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경영 트렌드다.
그런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 시간) 미국 기업 경영자들이 최근 ‘ESG 경영’이란 표현 대신 더 단순한 ‘책임 경영’이란 표현을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선정 500대 기업 중 ESG 경영을 선언한 미국 기업은 2021년 155곳에서 지난해 2분기(4∼6월) 61곳으로 급감했다. 미국 코카콜라는 2022년 ‘비즈니스와 ESG’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지만 올해는 ‘비즈니스와 지속가능성’으로 제목을 바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SG 펀드는 지난해 상반기(1∼6월) 미국에서 55개가 출시됐지만 하반기(7∼12월)에는 6개만 출시됐다.
WSJ는 미국 보수층의 비판 여론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기업과 금융권이 ESG 경영을 강조하고 화석연료에 적대적 성향을 내비치는 것 등에 대해 보수층이 ‘과도하다’는 경계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로펌 폴 웨이스의 브래드 카프 회장은 “대부분의 기업은 ESG 경영 방침에 맞춰 경영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거나 ESG 대신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ESG 경영에 앞장섰던 유럽에선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2021년 한국 금융위원회 역시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은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내 ESG 공시의 주요 참고 기준인 국제회계기준(IFRS)이 6월에야 확정돼 준비 기간이 충분히 필요하다. 미국 등 주요국의 ESG 공시 의무화도 지연됐다”며 이를 2026년으로 연기했다.
ESG 경영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해 12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기업이 기후위기 대응 관련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하는 등 기업의 ESG 공시 법제화를 핵심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김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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