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AI로 코인 굴려 하루 5% 수익”… 가짜 ‘스위스大 교수’ 내세워 사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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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 투자땐 月3000만원 번다”
사극 출연 단역배우가 ‘교수’ 연기… 피해자 80여명 20억이상 뜯겨
코인범죄 피해액 5년간 5조 넘어… ‘처벌 강화 법안’은 국회서 낮잠

AI가 가상화폐 수익을 내준다고 홍보하는 허위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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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려주겠다며 투자자를 모은 뒤 수십억 원을 돌려주지 않은 업체를 경찰이 신종 사기로 보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하면서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관련 범죄를 엄단하기 위한 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 “단역 배우를 ‘스위스 대학교수’로 내세워”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오픈AI의 챗GPT를 활용해 하루 5%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한 금융업체 A사에 돈을 맡겼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고소가 전국에서 10여 건 접수되자, 5일 인천경찰청을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경찰에 접수된 피해자는 80여 명으로, 피해액은 20억 원이 넘는다.

경찰 등에 따르면 피해자 대다수는 스위스 소재 S대학의 한국인 경제학과 교수라며 자신을 소개한 B 씨의 유튜브 영상을 계기로 A사를 알게 됐다. 해당 영상에서 B 씨는 “AI가 자동으로 최적의 타이밍에 가상자산을 사고팔아 준다. 5000만 원을 투자하면 월 300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하며 A사를 통한 투자를 권유한다. A사는 홈페이지에 자사의 투자 알고리즘에 대해 “정확도가 98.8%”라며 “매일 ―1%에서 5%의 수익을 만들어낸다”고 소개했다.

A사 홈페이지에는 투자금이 불어나는 것처럼 표시됐지만, 실제로는 투자자 상당수가 수익금은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했다. 경찰 확인 결과 투자금을 유치한 계좌는 전부 ‘대포(차명)통장’이었다. 게다가 B 씨는 대학교수가 아닌 국내 사극 드라마 등에 출연한 단역 배우였다. B 씨는 15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출연료 30만 원을 받고 대역 연기를 한 게 전부”라며 “대역임을 자막에 명기한다고 해서 동의 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B 씨가 (A사로부터) 대본만 받았는지, 투자 유치에 적극 가담했는지 등을 검토 중”이라며 “피해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범죄 수익을 회수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A사에 5000만 원을 맡겼다가 돌려받지 못한 C 씨(49)는 “하루 17시간씩 하수처리장에서 일하며 번 돈을 전부 날리게 생겼다”고 말했다.

● 가상자산 투자 유치 처벌법, 넉 달째 국회 계류
문제는 가상자산을 대신 거래해 주겠다며 투자금을 모은 뒤 빼돌리는 행위를 엄중히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유사수신행위규제법상 가상자산은 ‘금전’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가상자산을 유사수신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넉 달 넘게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채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이는 공식 허가된 거래소를 통한 거래만 보호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보통 3년 6개월 징역형을 살고 나와도 수십억 원에서 1000억 원대까지 돈이 생기니 범죄자들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사각지대 속에 가상화폐 범죄 피해 금액은 지난 5년간 약 5조4550억 원에 달한다. 경찰청 ‘가상자산 불법행위 현황’에 따르면 2022년 1∼12월 108건이었던 관련 범죄 검거 건수는 지난해 1∼8월 162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9∼12월 4개월분이 합쳐지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증가 폭이 더 가파르다. 경찰 관계자는 “유튜브 영상, 오픈채팅 등에서 수익을 인증하며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은 사기일 가능성이 크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i#코인범죄#처벌 강화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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