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면 안 됩니다. 주택을 지원하고, 각종 보조금을 주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11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정부청사에서 만난 호르눈그 아그네스 헝가리 문화혁신부 가족 담당 장관(사진)은 2011년만 해도 헝가리보다 높았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2년 0.78명까지 떨어졌다는 설명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호르눈그 장관은 “헝가리 정부와 국회는 지난 13년 동안 가족 지원 법안 30여 개를 통과시키며 ‘아이 키우는 게 힘들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헝가리는 2010년 오르반 빅토르 현 총리가 집권한 뒤 목돈이 들어가는 주택 마련을 포함해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며 출산율 높이기에 역량을 집중했다.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수하고 ‘가족 주택 지원금(CSOK)’과 ‘출산 예정 대출’ 등을 도입하며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였던 가족 지원 지출 비중을 2022년 6.2%까지 올렸다. 가족 지원 지출 비중은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이며, 같은 해 한국은 1.6%에 불과했다.
호르눈그 장관은 “젊은 부부들은 주택이 마련되고, 재정적으로 안정되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충족돼야 출산을 결심한다”며 주택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지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올 초부터 CSOK 대출 상한을 자녀 1명일 때 1500만 포린트(약 5700만 원), 2명일 때 3000만 포린트(약 1억1400만 원), 3명 이상일 때 5000만 포린트(약 1억9000만 원)로 대폭 인상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진 자녀가 3명일 때 최대 1500만 포린트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헝가리는 여성들이 출산을 미루지 않도록 30세 미만의 여성을 지원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출산 여성의 경우 30세까지 소득세가 면제된다. 호르눈그 장관은 “30세 전에 첫아이를 출산하면 다자녀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2022년 헝가리는 합계출산율 1.52명으로 10년간 지속돼 온 상승세가 꺾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출산율이 소폭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헝가리 정부는 다시 ‘가족’에 집중하며 출산율 반등을 유도하고 있다. 호르눈그 장관은 “가족에 대한 지원은 국가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앞으로도 가족에 대한 투자를 줄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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