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댈티·아옮·직링’ 모르는 당신, 티켓 예매 ‘백전백패’…어쩌다 이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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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16일 0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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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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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모씨는 12만원대인 SM타운 주최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20만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좌석은 3층이었지만 주변에서는 꽤 합리적인 ‘플미’(프리미엄) 티켓이라고 반응했다. 이에 오씨는 무려 8만원 넘는 웃돈을 주고 티켓을 양도받았다. 그는 매크로 등을 사용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암표상들과는 아예 “출발점이 다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유모씨(23·여)는 리그오브레전드(LoL·롤) 챔피언스코리아 경기 관람권을 웃돈을 주고 사야만 했다. 유씨는 특히 T1 선수단 경기의 경우 더 많은 금액을 줘야 살 수 있을 만큼 암표 거래가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16일 <뉴스1>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공연업계는 물론 게임업계와 스포츠계까지 ‘암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표를 선점안 암표상이 활개를 치면서 정작 팬들이 직접 공연이나 경기를 보기 힘든 촌극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최근 가수 장범준씨는 콘서트 예매를 전면 취소하고 추첨제로 바꾸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 “죽어도 못 구했던 그 표, 암표상은 어떻게 싹쓸이했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종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 중인 A씨(29)에 따르면 최근 가장 흔한 거래 방식은 ‘대리 티케팅’이라고 한다. 실제로 엑스(X·옛 트위터)에서 ‘댈티’(대리티케팅)을 검색하면 업자들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아옮’(‘아이디 옮기기) 방식도 성행하고 있다. 아옮은 최근 공연 주최측이 현장에서 ’본인확인‘을 강화하면서 생긴 일종의 꼼수다. 암표상들이 티켓을 제3의 아이디로 예매 후 취소한 뒤 구매자의 아이디로 재빠르게 예매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입을 모아 업자들이 조직적으로 이러한 방식을 이용해 각종 공연 표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웃돈을 주고 콘서트 표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엄모씨(27세·여)는 대리 티케팅 업자로부터 매크로를 통해 표를 확보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 암표상들끼리도 경쟁이 붙기 때문에 구매자들에게 ’더 나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내세운다”고 덧붙였다.

매크로란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서 하나의 키 입력 동작으로 만든 것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인터넷상에서 무료 또는 유료로 구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예매 절차는 로그인→자동방지용문자입력→좌석선택→결제 순으로 진행되는데, 이를 클릭 한 번으로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

이외에도 매크로 프로그램과 ’직링‘(직접링크)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링이란 예매하기 버튼을 누르지 않고 바로 좌석 선택 화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링크를 일컫는다.

다만 최근에는 본인이 직접 매크로를 사용할 경우 티켓 취소, 환불 불가는 물론 해당 계정으로 공연 예매가 불가능해지므로 대리 티케팅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암표 거래 막을 방법 없나…3월 공연법 개정안 시행 ’해법‘될까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일부 마련돼 있다. ’경범죄 처벌법‘에 따르면 흥행장(공연장), 경기장, 역 등에서 웃돈을 받고 표를 파는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대부분의 암표 거래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공연법 개정안이 오는 3월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매크로를 통해 티켓을 취득해 판매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매크로 프로그램은 본래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것인데, 암표 거래 등에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법안을 도입하게 되면 아무래도 (암표 거래)가 위축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예매 시작 후 동일한 IP에서 특정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차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표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더불어 기획사 측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능동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비자와 기획사가 함께 노력해야만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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