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세탁소에 880억원 ‘바지 분실’ 소송낸 美판사…장성규 분노

미국 판사의 1000 달러 바지 잃어버린 재미 교포 정 모씨
미 판사, 1500 달러 보상안 거절…‘정신적 고통’ 포함한 수백억대 소송
정씨 손 들어준 재판부 “미 판사의 주장, 합리적이지 않다”
판사가 일반인을 상대로 한 거액의 소송에 국제적인 관심

방송인 장성규가 미국 판사의 수백억대 손해배상소송으로 문을 닫게 된 한인 세탁소의 사연에 분노했다.

지난 12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워크맨’ 영상에서 장성규는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세탁소를 방문했다. 해당 세탁소는 약 30년 전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브라이언 민씨가 운영했다.

세탁소 업무를 배우던 장성규는 브라이언 민씨에게 ‘진상 손님’에 관해 질문했다. 이에 민씨는 지난 2005년 ‘바지 소송’을 언급했다. 민씨는 “한 흑인 고객이 세탁소에 바지를 하나 수선해달라고 가져왔다. 고객과 약속한 날짜에 바지가 사라졌는데, 하필 고객 직업이 판사였다”며 “당시 바지가 약 1000 달러(현재 환율로 약 132만원)짜리여서 세탁소 주인이 1500 달러(약 200만원)로 물어주겠다고 했으나, 판사가 단칼에 거절했다”고 했다.

2005년 워싱턴DC 행정법원의 로이 피어슨 판사는 재미 교포 정 모씨가 운영하는 세탁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세탁소 측이 임용 당일 입을 바지를 분실하고, 매장에 붙여놓은 ‘만족 보장’ 홍보 문구를 지키지 않는 등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피어슨 판사는 “출근 첫날에 그 좋아하는 양복을 입을 수 없었다”며 “세탁소의 바지 분실로 정신적 고통과 불편함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피어슨 판사는 정씨가 제안한 모든 보상안을 거절하고, 세탁소를 상대로 6700만 달러(약 884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배상금에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 200만 달러(약 26억원), 자신이 다른 세탁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주말마다 자동차를 빌리는 데 드는 비용 1만5000달러(약 2000만원) 등이 포함됐다. 피어슨 판사는 항소심 등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며, 배상 요구 금액을 5400만 달러(약 717억원)로 낮춰 소송을 이어갔다.

2년간의 공방 끝에 재판부는 지난 2007년 결국 세탁소 사장 정씨 손을 들어 줬다. 재판부는 “‘만족 보장’이라는 말이 고객의 불합리한 요구까지 충족시키라는 뜻은 아니”라며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이의를 제기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만족 보장’ 문구를 해석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정씨 변호를 맡은 크리스 매닝 변호사는 승소 판결 이후 성명을 통해 “미국 재판부는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악의적인 소송은 용납되지 않을 것’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미국 법조계에서도 피어슨 판사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이 주류였다. 미국 최대 변호사 협회는 “이 나라의 민사 사법 제도가 남용된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밝혔으며, 법률 정책 연합은 “소송 자체가 우스꽝스럽다”고 지적했다.

피어슨 판사는 사건의 여파로 판사 재임용에 탈락했고, 정씨의 변호사 수수료를 포함한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소송 등으로 고통을 겪은 정씨는 결국 세탁소를 폐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민씨로부터 이런 사연을 전해 들은 장성규는 “저질이네”라며 “판사는 되게 존경받는 직업인데 그러면 뭐 하냐, 사람이 안 됐다”고 분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