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남산 곤돌라 조성사업을 재추진하는 가운데 환경단체들이 남산 생태계 훼손과 인근 학교의 학습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남산숲지키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태 환경을 파괴하고 학습권을 침해하는 남산 곤돌라 사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남산에는 케이블카와 교통 약자를 위한 모노레일이 이미 설치돼 사용 중인데도 서울시는 2025년까지 400억의 예산을 들여 갑자기 곤돌라를 설치하겠다고 한다”며 “곤돌라가 케이블카보다 친환경적인지 알아내기도 어려운 데다, (곤돌라 설치로) 산림과 토양, 암반 등이 훼손되고 생태계 파괴는 물론 아름다운 남산의 경관까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곤돌라가 지나는 구간에 자리한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문제도 제기했다.
한재욱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대표는 “남산 곤돌라 건설 구간에는 리라·숭의초등학교, 리라아트고등학교 등 학교들이 밀집해 있다. 곤돌라는 이들 학교에서 50~100m 이내 거리에 건설된다”며 “25대의 탑승기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이 방해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해당 구간에 나무를 심어 학교 방향의 시야를 차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20~25m의 수림이 학교를 완전히 가릴 수 있을 정도의 높이로 남산 곤돌라가 지어지는지, 또 곤돌라가 전 구간을 가릴 정도로 수림이 조성되는지 서울시가 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비과학적인 주장을 멈추고 곤돌라 설치 시뮬레이션을 제시해야 한다. 시뮬레이션을 아직 하지 않았다면, 곤돌라 건설을 일단 유보해야 한다. 이후 공청회를 열어서 시민들과 학부모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남산 위의 소나무가 남산 위에 저 곤돌라가 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남산 곤돌라 사업에 총 사업비 400억원을 들여 2025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남산예장공원에서 남산 정상부까지 804m를 3분 만에 갈 수 있다. 10인승 캐빈 25대가 시간당 1600~2000명의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남산 곤돌라는 앞서 두 차례나 좌초된 바 있다. 2011년 처음 추진되다가 여론 반대로 무산됐고, 2015년에도 재차 추진됐지만 남산 경관 훼손으로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없던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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