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려는 의지가 없어 자거나 딴짓을 하는 학생도 있고, 교과서 대신 수능 문제집을 펴놓고 푸는 최상위권 학생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수업을 안 듣는다는 건데 교사들도 이제 그러려니 하는 모습입니다.”
광주의 한 일반고 교사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교실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이 교사는 “특히 학군이 좋다는 지역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수능 출제 과목이 아니면 수업에 신경을 안 쓰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일반고 학생 10명 중 3명은 “수업 시간에 같은 반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잔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학고나 외고는 ‘잔다’는 답변이 일반고의 절반 남짓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지난해 9월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 외 다른 장소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한 학생생활지도고시가 시행됐지만 일반고의 교실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교육부의 ‘교실 수업 혁신을 위한 고등학교 수업 유형별 학생 참여 실태조사’에서 ‘우리 반 학생들이 수업에 어떻게 참여하는지’를 묻는 문항에 27.3%가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답했다. 19.2%는 ‘수업과 상관없는 행동을 하는 편’이라고 했다.
특히 일반고 학생들은 응답자의 28.6%가 ‘우리 반은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자율고(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 학생들은 17.9%, 과학고 학생들은 14.3%, 외국어고 학생들은 13.1%가 ‘수업 시간에 자는 편’이라고 했다. 일반고 교실의 경우 자율고나 과학고, 외고에 비해 면학 분위기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 학생들이 잔다’고 답변한 학생 비율은 여학생(24.1%)보다 남학생(30.1%)이 더 많았고 문과가 이과보다 많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28일∼7월 14일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교사 1211명, 고교 1·2학년생 434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했다.
● “학생들 엎드려 자도 교사들은 못 본 척”
교육부는 교권을 보호하고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지속적으로 수업을 방해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경우 교실 밖으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학생생활지도고시’를 시행했다.
또 수업 중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울 수 있게 했고,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학원 숙제를 하는 학생에게도 주의를 줄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전히 학생은 수업 중 엎드려 잠을 자거나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등 ‘딴짓’을 하고, 교사들은 별수 없이 못 본 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 중랑구의 한 일반고 교사는 “교실에서 내보내려 해도 학생이 ‘안 나가겠다’고 버티면 여전히 교사가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여학생의 경우 손으로 잡고 일으켜 세우거나 교실 밖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자칫 성희롱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선도위원회를 열어 벌점을 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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