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사정을 모른채 들으면 마음씨 좋은 임대인이 형평이 딱한 임차인을 위로하는 참으로 보기드문 흐뭇한 광경으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 말을, 그것도 법정에서 한 주인공은 인천 미추홀구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이른바 건축왕 A씨(62)다.
A씨는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563채 전세보증금을 가로채 주로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수백명의 사람들을 울렸다.
그중 4명은 전재산을 잃어버린 충격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기까지 했다.
A씨가 “사랑하는 임차인 여러분”이라는 말을 입에 올린 건 17일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에 대한 결심 공판 최후진술에서다.
검찰은 범죄집단조직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건축왕 A씨에게 사기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과 함께 범죄 수익 115억여원 추징을 구형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는 각각 징역 7∼10년을 구형했다.
변호인이 “피고인의 사기 혐의는 관련 요건에 해당 사항이 없어 죄가 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라는 변론에 이어 최후진술에 나선 A씨는 “사랑하는 임차인들과 임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한 뒤 “아침저녁으로 피해 복구가 되기를 기도하면서 1년여간 감옥에서 설거지도 하면서 지냈다”며 재판부에 모범적인 옥살이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다행히 정부에서 특별법 (제정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감정가 매수를 진행한다고 하니 임차인 여러분도 희망을 잃지 마시고 피해가 복구되길 간절히 희망한다”며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는 어이없는 발언을 했다.
이날 재판은 A씨 일당의 전체 전세사기 혐의 액수 453억원(563채) 중 148억원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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